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이란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두고 양 팀의 ‘장외신경전’이 시작됐다.
한국과 이란은 2010년 남아공부터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까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3개 대회 연속 한 조에 속할 정도로 질긴 악연이 있다. 한국은 그 동안 이란 원정을 갈 때마다 ‘텃세’에 고생했다. 고르지 않은 잔디, 조명탑 없는 훈련장 등 방법도 다양했다. 오죽하면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최강희(58) 전북 현대 감독은 “이란팀이 한국에 원정 오면 한강 고수부지를 내줘야 한다”고 격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르면 홈 팀은 원정 팀에 ‘호텔은 5성급 이상, 숙소는 경기장에서 차량으로 30분 이내’로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규정 위반의 경계선상에서 교묘하게 텃세를 부리면 당하는 팀은 속만 끓일 수밖에 없다.
많은 팬들은 이란이 왔을 때 똑같이 갚아주며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축구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나라이고 신뢰도도 높다.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란 뿐 아니라 어떤 팀이 와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축구협회 내부에서 ‘규정은 지키되 이란의 편의까지 앞장서 봐줄 필요는 없다’는 정서가 강하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 26일 11명을 데리고 먼저 입국했다. 숙소는 김포공항 근처의 특급 호텔. 축구협회는 27일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 28일과 29일은 파주종합운동장을 배정했다. 30일은 경기 전날이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한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4) 이란 대표팀 감독은 26일 입국하며 “한국은 아시아 최강팀 중 하나이다. 우리가 배우고 발전할 좋은 기회”라고 한껏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는 27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기 전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이곳은 한국에서 줄 수 있는 최선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은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 아니냐. 한국 팬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일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보조경기장은 센터서클 부근에 잔디가 많이 파여 흙이 드러나있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이 이란 원정 때마다 고생한 것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가 제공한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러기 싫어서가 아니라 환경이 그 정도라서”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축구협회는 폭염과 폭우가 반복돼 잔디 관리가 어려웠다는 점을 설명하고 다른 대체 구장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이란의 불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이란은 27일 한국전에 나설 최종 명단을 공개했다. 최근 이스라엘 프로팀과 경기를 뛰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대표팀에서 제외되도록 압력을 받은 그리스 프로축구 파니오니오스FC 소속의 두 선수 가운데 ‘주장’ 마수드 쇼자에이(33)는 탈락한 반면 에산 하지사피(27)는 이름을 올렸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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