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깃대령서 동해로, 250여㎞ 날아
살라미 전술로 도발수위 높여갈지 주목
미 태평양사령부 “미사일 발사 실패”
북한이 26일 스커드-B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수 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한창 진행 중인 한미 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반발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건 지난달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이후 한 달 만이다.
합참은 “오전 6시 49분쯤 북한이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북 방향의 김책 남단 연안 동해상으로 불상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며 “비행거리는 약 250여km로,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포착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 발사를 실패로 규정했다. 데이브 벤험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이 발사한 첫 번째와 세 번째 미사일은 비행에 실패했으며, 두 번째 미사일은 거의 (발사) 즉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이 오전 6시 49분 첫 번째 미사일을 시작으로 7시 7분과 7시 19분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약 30분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분석했다.
군 당국은 사거리 300㎞인 스커드-B 탄도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1970년대부터 실전 배치한 구형 미사일이다. 남쪽으로 쏘면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에 닿을 수 있다. 다만 북한이 5월부터 발사한 화성-12, 화성-14형 미사일과 달리 사거리가 짧아 일본, 미국 등 우방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북한이 깃대령에서 미사일을 쏜 건 2014년 2월 27일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미국령 괌 기지 포위사격을 위협한 북한이 고작 비행거리 250㎞의 단거리 미사일을 쏜 것은 일단 한미 UFG에 맞대응하려는 제스처다. 북한도 8월에는 하계종합군사훈련을 하기 때문에 이번 발사는 훈련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21일 시작한 UFG는 31일까지 진행된다.
특히 북한이 향후 도발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을 압박할지 주목된다. 이른바 살라미 전술이다. 스커드-B에 이어 스커드-C(사거리 500㎞), 스커드-ER(1,000㎞), 노동(1,300㎞) 등으로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차례로 쏘는 것이다. 지난달 발사한 화성-14형은 사거리가 1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도발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괌 타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발한발 위협수위를 높이면서 미사일 능력이 허세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은 9일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14일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감시와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관련 동향을 추적하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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