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꽃과 촛불, 그리고 인형으로 자그마한 섬이 생겼다. 그 섬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때로는 슬픔과 고통의 표정으로 희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한다.
지난 17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발생한 차량돌진 테러로 15명이 사망하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은 람블라스 거리의 사건현장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의 모습이다.
차량테러 다음날 열린 추도식에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이 참석해 희생자를 기렸으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인 수백 명의 시민들은 “우리는 두렵지 않다”고 함께 외치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각종 무장단체의 공격 횟수는 줄었지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는 2015년보다 20% 증가했고, 이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7000여 명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유럽에서 연이어 자행되는 테러 동향을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과 같은 하드타깃에서 보안이 취약하고 외국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 등 소프트타깃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한 시인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 세상의 유일한 거리’라 칭송했던 람블라스 거리가 지금은 ‘차량테러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슬퍼하는 이 세상의 비통한 거리’로 변했다. 그래도 이 거리에 무고한 희생자를 위해 슬퍼하고 기도하며 평화를 외치는 시민들이 함께 행동하는 한 테러로 어떤 목적도 달성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홍인기 기자
정리=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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