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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 다해 도왔는데… 방사능 위험성 알려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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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 다해 도왔는데… 방사능 위험성 알려주지 않아”

입력
2017.08.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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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대지진 구조 나섰던

미군 150명 각종 암 시달려

도쿄전력 상대 5조원대 소송

일본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 여가 지난 2011년 3월23일 피해지역 근해에서 복구활동을 돕고 있는 미군 원자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병사들이 갑판에 묻은 방사능 물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한 지 열흘 여가 지난 2011년 3월23일 피해지역 근해에서 복구활동을 돕고 있는 미군 원자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병사들이 갑판에 묻은 방사능 물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을 위해 온 힘을 다한 미군들이 무척이나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 더 이상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원전찬성론자에서 탈(脫)원전 운동가로 변신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는 지난 해 5월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도호쿠 대지진 당시 구조작전에 참여했다가 방사성물질에 노출된 퇴역 미 해군들에게 일본 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당시 사상초유의 재난현장에서 구호에 큰 역할을 한 병사들이 20대에게 흔치 않은 갑상샘암, 고환암, 뇌종양, 자궁출혈, 백혈병 등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고 있다. 한 병사는 백혈병으로 시력을 잃었고, 또 다른 해군 병사의 부인은 뇌ㆍ척추암 진단을 받은 아기를 출산하는 등 참혹한 삶을 살고 있다. 심지어 작전에 투입된 한 해군 병사는 부갑상선 암 판정을 받은 뒤 3년 전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들 병사들은 2011년 3월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하자 원자력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 등 함대에 탑승, 후쿠시마(福島) 앞바다 등에서 지원활동을 펼쳤다. 한때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둘도 없는 혈맹을 돕는다는 의미로 도모다치(友達ㆍ친구)작전으로 불렀다. 이들은 함상에서 식량ㆍ옷ㆍ담요를 실어 날랐고, 관측항공기를 이용해 피해 정도를 조사했다. 해병대는 인명 구조와 제염 작업을 위해 재해현장에 몸을 던졌다.

그렇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흘렀지만, 이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고 있다.

사고 이후 생각지도 못했던 병마에 시달리는 병사들이 늘어나면서 방사능 노출이 원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당시 원전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성 물질 유출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사실을 모른 채 구조활동을 펼쳤음에도 지금도 도쿄전력은 피폭량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병사들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폭됐다면서 도쿄전력에 50억달러(약 5조6,440억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교도통신이 25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원고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현장 구조 활동에 나섰던 미군 150명이다.

이들은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소장을 내고 의료비 등에 충당하도록 50억달러 이상의 기금 창설을 요구했다. 원고들은 원전 폭발사고가 도쿄전력 측의 부적절한 원전 설계 및 관리에 따라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기금 창설 이외에도 피폭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도 요구한 상태다.

도호쿠 대지진 당시 구조지원을 나왔던 미군 중 그 동안 암과 뇌종양 등의 질병으로 현재까지 최소한 7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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