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숙식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노숙자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병원장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병원장은 ‘픽업팀’까지 꾸려 서울역 등지의 노숙자들을 입원시키고 퇴원요구도 묵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강화군 소재 B정신병원 병원장인 최모(68)씨는 2013년 5월 병원 수익을 올리려고 환자를 유치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속칭 ‘픽업팀’을 꾸리기로 마음 먹었다. 최씨가 떠올린 ‘픽업팀’은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에게 숙식과 담배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해 입원시키는 방식으로, 의료법 위반 행위였다.
그는 다른 정신병원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보호사로 채용된 김모씨를 픽업팀 행정실장으로 내세웠다. 이 병원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 2명은 보호사로 채용됐다. 이들은 노숙자들에게 접근해 “병원에 가면 담배를 일주일에 3갑씩 주고 숙식을 해결해준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유인한 뒤 최소 일주일 이상 병원에 입원시켰다. 노숙자들의 건강상태나 치료기간에 상관없이 의무적으로 입원시킨 뒤 보험급여를 받을 요량이었다.
이후 자발적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퇴원하겠다”고 요구했지만 최씨는 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자의로 입원한 환자가 퇴원신청이 있는 경우 지체 없이 퇴원을 시키도록 규정한 정신보건법을 위반한 행위였다.
1심 법원은 5명, 2심 법원은 34명의 노숙자가 이처럼 ‘픽업팀’의 유인을 받아 입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병원장으로서 의료시장의 질서를 해쳤고, 자의로 입원한 환자의 퇴원요구도 묵살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최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최씨와 병원 직원들이 환자를 기망하거나 물리력을 써서 유인하지는 않았고, 퇴원을 원한 노숙자 일부는 알코올 중독 증세가 완전히 낫지 않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했던 점을 참작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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