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연구자 주철희 박사 특강
여수해안통갤러리 31일부터 한달 동안
주민 정체성 확립ㆍ특별법 제정 강조
사건 당시 생생한 자료ㆍ기록 공개
제주 4ㆍ3 진압 명령 부당성도 지적
해방 직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을 이해하고 발생 배경을 배울 수 있는 강좌가 전남 여수에서 열린다. 현대사연구자 주철희 박사(전 순천대 지리산권문화연구원 여순연구센터장)는 오는 31일부터 9월 28일까지 한달 간 매주 목요일(오후 5시~6시30분) 여수시 중앙동 해안통갤러리(관장 이혜란)에서 ‘여순사건 바로 알기’ 주제의 특별강좌를 연다. 이번 강좌에서는 피아니스트 이혜란 관장의 여순사건 희생자 넋을 기리고 위로를 위한 공연도 마련됐다.
여순사건은 지금도 말할 수 없고 꺼내기 힘든 상처와 아픔, 여전한 구조적인 사회 인식 때문에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는 역사인식이 더딘 현실이다. 이번 강좌는 내년 여순사건 70주년을 맞아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추진했다. 특히 ‘항쟁이냐 반란이냐’를 두고 여순사건의 성격을 재규명하고 지역민의 정체성 확립, 지지부진한 특별법 제정 등 후속작업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1강 ‘역사를 보는 눈’에서는 여순사건을 보수적ㆍ진보적ㆍ중립적ㆍ유족측 4가지 관점으로 접근해가면서 시민들은 어떻게 이 사건을 바라보고 인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2강 ‘항쟁과 반란의 시각’은 여순사건을 반란이냐 항쟁이냐를 규정하기 이전에 많은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반란과 항쟁은 각각 무엇을 목적으로 했고 실행 조건은 무엇이었는지 보여준다.
또 3강 ‘제주 4ㆍ3의 상황 인식’에서는 여순사건 발생 원인이 된 제주4ㆍ3사건의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여순사건이 항쟁과 반란 경계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성격을 밝힌다. 4강 ‘반란과 여순사건’에서는 가공을 거치지 않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1948년 10월 19일 사건 당시 자료와 기록 등 1차 사료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수주둔 14연대 군인들의 행위는 반란’이라는 시각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어 5강 ‘항쟁, 그들은 누구인가’ 편에서는 여순사건의 중심이 된 14연대 소속의 군인들이 정부의 제주 진압 명령을 거부한 이유와 배후세력, 동족 학살 명령’과 ‘거부’ 중 어느 쪽이 정당했는지 따져보고 설명한다. 또 군인들에 합세한 주민들은 과연 ‘빨갱이’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정권에 의해 철저하게 덧씌워졌는지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그는 “제주 진압 명령을 불복하고 항거한 여순사건을 이해하면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 운전사’ 감상이 더욱 실감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 출신의 주철희 박사는 2013년 3월 여순사건에 대한 19가지의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기 위한 저서 ‘불량 국민들’을 발간해 관심을 모았다. ‘일제강점기 여수를 말한다’, 공저 ‘인물로 본 전라도 역사이야기’ 등의 저서와 ‘여순사건 주도인물에 관한 연구’, ‘한국전쟁 전후 반공문화의 형성과 그 의미’ 등 여순사건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 박사는 “여순사건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초의 항쟁의 역사다”며 “여수를 비롯해 순천ㆍ광양ㆍ구례ㆍ곡성ㆍ고흥ㆍ보성ㆍ화순 등 피해주민은 그 동안 ‘빨갱이의 자식, 소굴’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위축돼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고통의 역사로만 치부하지 말고 사건을 정확히 알고 광주시민이나 제주도민과 같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스스로의 정체성 확립과 진상규명과 위령사업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후속작업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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