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ㆍ사드 배치 문제 놓고
수교 25주년 리셉션서 설전 벌여
참석 인원도 5년전보다 크게 줄어
주중대사관 기념식은 성황에도
실세 아닌 완강 부주석이 참석
한중정상 메시지 교환
文대통령 “전략적 동반자 기대”
시진핑 “이견 타당하게 처리 희망”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24일 열린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 리셉션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냉랭해진 양국 간 가시 돋친 말들이 오갔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는 축사를 통해 “모두 아시는 이유(사드)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추 대사는 그러면서 “25년 전 양국이 장애를 극복하고 수교했을 당시 핵심은 상호 이익 존중이었다”며 “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다음 축사자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맞불을 놨다. 정 의장은 “이 문제(사드)가 한중관계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만큼 치명적 사안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달(북한 미사일 문제)을 볼 때는 손가락(사드 배치)을 보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꼬집었다.
행사에는 한러 정상회담 준비 차 이날 러시아로 떠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대신 임성남 제1차관이 우리 측 대표로 참석했다. 5년 전 20주년 행사에 김성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참석했던 데 비해 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 밖에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주석 국방부 차관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반면 중국 측에선 대사관 관계자 외 눈에 띄는 참석자가 없었다. 리셉션 초청 인원도 5년 전에는 1,000명에 달했지만 이번에는 4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주중한국대사관이 이날 베이징 시내 중국대반점에서 마련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식에서도 양국간 차가워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대사관은 기념식을 비롯해 학술ㆍ경제포럼, 투자 로드쇼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기념식에는 예상인원 500명을 훨씬 넘는 800여명이 몰리면서 성황을 이뤘고, 참석자들은 케이컬쳐그룹 ‘아양’의 노래, 가야금 산조에 맞춘 발레리나 김주원씨의 공연, 한중 합작 사자춤 시연 등에 환호했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중국의 호응은 냉랭했다. 기념식에 서열은 부총리급이지만 정계 실세는 물론 공산당원도 아닌 완강(萬鋼)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을 주빈 자격으로 참석시켰다. 완 부주석은 한 반도 관련업무와 전혀 인연이 없다. 중국은 전날에도 대외우호협회 주관으로 100여명만 초청해 구색맞추기용 수교 25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기념식을 전후로 열린 양국 학계 심포지엄에선 25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발전 방안이 논의됐지만 사드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 행태에서도 온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수교 25주년과 관련한 논평 없이 전날 수교 25주년 기념 자체 행사를 동정보도 형식으로만 짧게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 정상은 이날 수교 25주년 축하메시지를 교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년간 양국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평가하고 한중관계 중시 입장을 밝힌 뒤 “양국관계를 양국의 공동번영과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는 물론 세계의 평화ㆍ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한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상호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타당하게 처리해 양국관계를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이견의 타당한 처리는 사드 배치 철회 요구의 에두른 표현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ㆍ외교부공동취재단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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