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은 검찰이 하성용 전 사장의 방산비리 의혹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신속히 사장을 선임해줄 것을 호소했다. 류재선 KAI 노조위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해 “연일 터져 나오는 방산 비리와 분식회계 수사로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격노에 노동조합을 책임진 위원장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비리에 대한 수사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지만 항공산업만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직원 모두 방산 비리가 영구적으로 퇴출해야 할 분명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현재 검찰수사의 장기화로 회사 경영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KAI는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져 금융감독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기관들이 채권회수에 나서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류 위원장은 “금감원의 분식회계 조사가 정치적 의도를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감사원의 감사행위도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직원들의 생산성 저하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KAI 노조에 따르면 매일 직위고하를 막론한 여러 명의 직원들이 참고인 조사를 위해 조사기관에 출석하고 있다. 회사 경영이 위기에 처하며 올 하반기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17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APT) 수주 전망도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KAI는 APT사업 수주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지만 최근 방산비리ㆍ분식회계 의혹이 연일 불거지면서 수주 가능성이 뚝 떨어졌다. 류 위원장은 “검찰 수사 이후 수주가능성이 20% 이하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며 “새로운 사장이 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KAI 노조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새 사장 임명과 유동성 위기 해결,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서부 경남 지역발전을 위한 항공정비(MRO) 사업자 조기 선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류 위원장은 “방만한 경영을 방관하며 노동조합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사의 전반적 경영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하고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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