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리치 힐(37)이 메이저리그 역사에 기록될 만한 불운에 땅을 쳤다.
힐은 24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0-0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상대 선두 타자 조시 해리슨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통한의 한방이었다. 힐은 8회말까지 삼진 10개를 뽑아내며 어느 누구에게도 1루 베이스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 마이애미전에서 7이닝 퍼펙트를 하다가 손가락 물집을 우려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결정으로 8회 마운드에서 내려갔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였다. 당시 힐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7회까지 퍼펙트를 하고도 교체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힐의 불운은 9회에 찾아왔다. 9회말 선두 타자 조디 머서를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로건 포사이드가 처리하지 못했다. 포사이드의 실책으로 머서는 1루에 안착, 힐의 퍼펙트가 깨졌다. 하지만 힐은 흔들리지 않고 이후 세 타자를 깔끔하게 틀어막아 9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노히터’를 완성했다.
9회까지 95개의 공을 던진 힐은 연장 10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해리슨을 상대로 볼카운트 2B 1S에서 4구째 시속 142㎞ 직구를 뿌렸는데 해리슨의 방망이 중심에 걸려 좌월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MLB닷컴에 따르면 노히트노런이 연장 끝내기 홈런으로 무산된 것은 메이저리그 사상 힐이 처음이다. 또 퍼펙트게임이 9회 이후 실책으로 실패한 것도 최초다. 9이닝 이상을 던지며 안타 1개 이하, 볼넷 0개를 기록하고도 패전한 투수는 힐이 1906년 레프티 라이필드(피츠버그) 이후 처음이다.
힐은 10회까지 1점도 내지 못한 팀 타선이 야속할 법도 했지만 “내 책임”이라며 “단 한 개의 내 나쁜 공 때문이다”고 자책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고 패전을 떠안은 힐의 모습은 류현진에게도 ‘남의 일’ 같지 않다. ESPN 통계에 따르면 힐과 류현진의 올 시즌 경기당 득점 지원은 각각 4.37, 4.42에 불과하다. 팀 동료 선발 투수 클레이튼 커쇼(5.29), 마에다 겐타(5.20), 알렉스 우드(5.65)에게 비교할 때 1점 가깝게 적다. 류현진도 앞선 디트로이트전에서 5이닝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지만 타선의 득점 지원은 전무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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