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방목하고 벌채 실시 결과
식물종 다시 늘고 생육 회복
한라산을 뒤덮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제주조릿대를 베어내고 말을 방목해 먹게 했더니 식물종들이 다시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한라산 제주조릿대 분포 지역에 벌채와 말 방목을 진행한 결과 조릿대 줄기 밀도와 크기가 감소된 반면 식물종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4일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에 걸쳐 한라산 제주조릿대 분포면적과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1980년대 중반부터 조릿대를 먹어치우던 소와 말의 방목이 금지되고 기후변화 등으로 조릿대가 급속하게 확산됨에 따라 한라산 생물종의 다양성 유지를 위한 적정 관리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의 고지대인 해발 1,400m 이상 지역 21.55㎢ 중 19.03㎢(88.3%)에 제주조릿대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및 암반지역, 습지, 인공시설물 구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라산 고지대 전 지역이 제주조릿대에 점령당한 셈이다. 이 지역에 있는 산철쭉 3,993그루 중 약 40%, 털진달래 158그루 중 약 89%가 생육 불량 상태에 빠져 죽어가거나 말라죽는 등 생육상태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조릿대 제거 연구를 위해 백록담 아래 해발 1,700∼1,800m 장구목 지역 1㏊에 있는 제주조릿대를 벌채로 베어냈다. 그 결과 상당수 털진달래와 산철쭉에서 새로 싹이 돋아나는 등 생육이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식물종도 38종에서 52종으로 늘어났다.
세계유산본부는 또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제주마 2마리와 한라마(제주마와 더러브렛종 경주마 교잡종) 2마리를 해발 1,600m 만세동산에 설치한 1㏊ 규모의 방목장에 풀어 놓은 결과 1마리당 하루에 15.9㎏의 제주조릿대를 먹어치웠다. 말 방목지역의 식물종은 36종에서 44종으로 증가했다.
제주조릿대는 30여년 전까지 한라산 해발 600~1,400m 지역에 드문드문 분포했지만 강한 번식력으로 최근에는 계곡과 암석지대를 제외한 한라산국립공원 전체 면적 153.3㎢의 90%를 잠식했다.
제주 고유 재래종인 제주조릿대는 최고 1.5m까지 자라고 번식력이 매우 강해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어 말라 죽게 된다. 실제 한라산 어리목코스 사제비동산(해발 1,423m)에서 윗세오름(해발 1,700m) 일대에서 자생하는 시로미, 눈향나무는 조릿대에 점령당해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 구상나무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세계 최대 규모이자 보존가치도 매우 높다고 평가했지만, 조릿대가 구상나무 치묘(어린 나무) 발생을 억제하면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김창조 세계유산본부장은 “올해 1.8㏊의 제주조릿대를 추가로 베어내고, 말을 10마리로 늘려 방목할 예정”이라며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를 통해 한라산 천연보구역의 종 다양성 증가와 효율적인 운영관리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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