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왼쪽) KIA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사진=KIA, 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KIA의 버티기냐, 두산의 뒤집기냐.
제대로 불붙은 KBO리그 선두 싸움이 페넌트레이스 막판 최대 관심 포인트로 떠올랐다. 시즌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유지했던 KIA가 흔들린 사이 두산이 맹렬한 추격을 하고 있다. 23일 현재 1위 KIA는 2위 두산에 3.5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여전히 KIA가 앞서고는 있지만, 흐름을 탄 두산을 끝까지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산의 기대 '어게인 1995'
두산은 전반기를 마칠 때만 해도 5위에 올라 있었다. 1위 KIA와는 13경기 차가 났다. 하지만 후반기 승률 0.774(24승1무7패)를 올리면서 KIA를 위협하는 2위로 도약했다. '막판 뒤집기'로 우승을 차지한 1995년을 떠올리게 하는 '뚝심의 곰'이다.
두산의 전신인 OB는 1995년 8월27일까지만 해도 1위 LG에 6경기 차 뒤진 2위에 머물렀다. 사실상 선두 경쟁이 끝났다는 분위기였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시작됐다. OB는 9월 한 달에만 18승6패 승률 0.750를 올리며 무서운 질주를 시작했다.
결국 LG는 OB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했다. 9월 13승1무10패로 승률 0.563로 버틴 LG는 시즌 종료 7경기를 남겨 두고 OB에 선두를 빼앗겼다. 대역전극을 펼친 두산은 2위 LG를 0.5경기 차를 따돌리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져 최종 3위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그 해 9월8~10일 광주에서 열린 해태(현 KIA)와 더블헤더 포함 4연전을 싹쓸이한 것이 선두 등극에 큰 힘이 됐다. 두산에는 재연하고 싶은 드라마이지만, KIA에는 외면하고 싶은 기억이다.
◇쫓기는 KIA, 물 오른 두산
최근 양 팀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2위 NC에 8경기 차로 앞서 여유 있는 1위를 달리던 KIA는 쫓기는 신세가 됐다. KIA 최형우(34)는 "선수들이 다른 팀 경기 결과를 체크하면서 신경을 쓰더라"며 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 상승세를 거듭한 두산은 자신감을 더욱 충전하고 있다. 두산 김재환(29)은 "팀 분위기가 초반과는 180도 바뀌었다. 시즌 초엔 다운돼 있었지만, 요즘엔 다들 '으으' 한다"고 말했다.
두 팀의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는 8월에는 기록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두산은 이 달 들어 팀 평균자책점 1위(3.38), 팀 타율 2위(0.307)를 기록했다.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투타에 힘입어 8월에 치른 20경기 중 15승(5패)를 올리며 승률 0.750(1위)를 거뒀다. 하지만 KIA는 이 기간 15경기에서 6승(9패)만 거둬 승률 0.400(공동 6위)에 머물렀다. 마운드와 타선은 각각 평균자책점 9위(5.88)·타율 8위(0.285)로 부진했다.
◇전문가들 "두산의 역전? 글쎄…."
전문가들은 여전히 KIA가 정규시즌 우승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3.5경기 차로 앞서고 있는 만큼 KIA가 아직 여유가 있다"며 "KIA의 타격이 최근 안 좋다고들 하지만, 이전에 너무 잘 했던 것이다. 지금도 나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KIA는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5연패를 하는 동안 원투 펀치 양현종(29)과 헥터(30)가 모두 무너졌다. 이 위원은 "KIA는 3~5선발이 불안정한 팀이기 때문에 헥터와 양현종에게 의존도가 높다. 외국인 투수 팻딘이 앞으로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명석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KIA의 1위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3.5경기 차를 좁힌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며 "KIA의 최근 흐름이 좋진 않지만, 시즌 내내 1위를 달린 힘이 있는 팀이다. 두산도 언제까지 연승을 할 수는 없다. 두산이 1위 뒤집기를 할 확률은 5% 정도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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