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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김정일 만나러 밤새 기차로 자강도까지 달려 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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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김정일 만나러 밤새 기차로 자강도까지 달려 가기도”

입력
2017.08.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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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45년 통일 외골수 행보 담은

‘일념, 평화통일의 길’ 출간

역사적 사진 390장도 수록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회고록 ‘일념, 평화통일의 길’표지. 경남대 제공
박재규 경남대 총장의 회고록 ‘일념, 평화통일의 길’표지. 경남대 제공

“돌이켜 보면 제가 한민족의 염원이었던 광복을 맞이하기 1년여 전에 태어난 것과 국제정치학자가 되기 위해 선택했던 미국 유학시절 세계적인 경제학자 피터 와일즈(Peter Wiles)교수와 국제 정치학 대가인 존 허츠(John Hertz)교수를 만난 것은 어쩌면 한평생 북한 및 평화통일 연구를 하라는 하늘이 준 숙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2000년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박재규 경남대 총장이 ‘일념, 평화통일 길’이란 책을 펴냈다.

박 총장은 1972년 미국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 북한ㆍ평화통일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극동문제연구소를 시작으로 지난 45년간 걸어온 ‘평화 통일의 외골수’행보를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일반적인 회고록이나 자서전과 달리 그 동안 평화통일 연구의 시작과 함께 토대를 마련하고 남북 화해ㆍ협력, 남북교류 및 민간 외교활동에 전념해 온 그의 노력과 경험, 그리고 업적 등이 사진을 중심으로 자세히 소개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박 총장은“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다른 분들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390장의 사진과 함께 4개의 대주제로 책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2년 당시 금기시 했던 북한연구의 초석을 쌓은 극동문제연구소를 설립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행정대학원 북한학과 개설, 북한전문대학원대학교 설립 과정,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룬 첫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박 총장은 1980년 후반 중국과 소련에 한국 대학생들의 ‘공산권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합의하에 진행한 것에 대해 “주위에서 모두 무모하다고 걱정했지만 이 과정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이라 믿으며 정면돌파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책에는 26대 통일부 장관에 취임해 최초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준비 및 개최, 수석대표로 활약했던 제1~4차 남북장관급회담 등 역사적 순간들이 당시 찍은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소개돼있다.

2000년 6월 통일부 장관 재직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재규 총장. 경남대 제공
2000년 6월 통일부 장관 재직시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재규 총장. 경남대 제공

그는 2000년 6월 14일 평양 모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김정일 위원장 바로 옆 자리에 앉아 금강산관광 문제, 이산가족 문제, 경의선 연결 문제 등 대화를 나눈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박 총장은 특히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 당국 간 군사회담 개최 문제에 북측이 너무 소극적으로 나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오찬과 면담까지 지연시키면서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요구했다”며 “밤을 새워 기차를 타고 달려가 자강도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며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박 총장은 “남북관계에서 ‘잃어버린 10년’이 지나는 가운데 북한이 핵ㆍ미사일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미래가 우려되는 등 안타까운 심정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면서 “지난 45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여생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을 향한 길 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소임으로 여기고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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