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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 사드 소용돌이속 매출 5,000억 도전하는 성주참외

입력
2017.08.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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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연구개발, 포장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도 ‘대박’

참외 부농인 배선호(가운데)씨가 23일 성주군 벽진면 자신의 참외 비닐하우스에서 성주군청 공무원과 함께 참외를 수확하며 활짝 웃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참외 부농인 배선호(가운데)씨가 23일 성주군 벽진면 자신의 참외 비닐하우스에서 성주군청 공무원과 함께 참외를 수확하며 활짝 웃고 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인구 4만6,000여 명의 조용한 시골 동네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하나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배치 발표 1년을 넘겼지만 사드에 관한 한 경북 성주는 여전히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있다. 사드 탓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성주하면 참외다. ‘성주참외’ 자체가 브랜드인 참외의 본고장이다.

전국 참외 재배면적의 70%를 넘는 성주참외가 올해 조수입(필요한 경비를 빼지 않은 수입), 즉 매출 5,000억원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자파 참외’니 ‘사드 참외’니 괴담에다 날씨까지 맘같지 않아 지난해 조수입 3,710억원에 만족해야 했던 성주참외가 올해 햇볕도 양껏 쬐면서 높은 당도까지 유지해 금싸라기 대접을 받고 있다.

23일 낮 12시 성주군 벽진면 수촌리 배선호(50)씨의 비닐하우스. 섭씨 40도는 족히 넘을듯한 비닐하우스 안에는 철 늦은 수확을 기다리는 노란 참외들이 초록 잎과 줄기에 가려져 있었다. 이날 이른 새벽 참외를 따서 자체 선별기로 분류, 출하까지 마친 배씨는 비닐하우스 30개동에 참외를 키우는 부농이다. 연매출이 3억원을 넘는 배씨는 “아침 저녁 기온이 선선해지는 8월 하순부터 참외가 맛있게 자란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지역 국도변 참외 비닐하우스 전경. 성주의 참외 비닐하우스는 4만여 동에 이른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경북 성주지역 국도변 참외 비닐하우스 전경. 성주의 참외 비닐하우스는 4만여 동에 이른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참외가 없는 성주는 상상하기 힘들다. 대구에서 국도30호선을 타고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성주대교를 넘는 순간 도로 양쪽 옆에는 끝도 없는 비닐하우스가 흰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노지 재배를 찾아볼 수 없는 성주에서 참외 비닐하우스는 모두 4만여 동. 성주에서 비닐하우스를 만나면 그냥 참외라고 생각하면 된다. 버스정류장마저 참외 모양이다.

성주참외가 당도 15%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하나 있다. 성주참외 브랜드에 먹칠하는 저급 참외와 물 먹은 발효과는 시중에 선보이지 못하고 퇴비신세가 된다. 올해만 9,600톤의 참외가 소비자에게 가지 못하고 구덩이에 묻혔다. 지난해 생산량이 16만1,758톤이니, 100개중 6개 정도가 퇴비나 맞춤형 액비가 되는 것이다. 이 통과의례는 2008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성주군이 지난달 참외 저급과와 발효과를 수매, 퇴비로 만들고 있다. 성주군 제공
성주군이 지난달 참외 저급과와 발효과를 수매, 퇴비로 만들고 있다. 성주군 제공

성주참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다. 겨울철에도 전혀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성주의 참외 비닐하우스는 야간에 이불 같은 보온덮개를 씌워 온도를 유지한다. 보온덮개 자동개폐기는 참외농가의 일손을 덜어준 일등공신이다. 성주군 농업기술센터 박정호 농촌지도사는 “과거에는 보온덮개를 씌우는 시간이 한 두 시간이나 걸렸지만 보온덮개 자동개폐기 개발로 5분이면 끝”이라고 말했다.

비닐하우스에 폴리오레핀(PO)계 필름을 씌워 햇빛 투과율을 높이고 태양열로 토양소독을 하는 것도 좋은 성과를 낳고 있다. 윤기환 성주군 참외담당은 “PO계 필름은 해마다 설치하고 걷어야 하는 일반 필름과는 달리 한 번 설치하면 5년을 쓸 수 있는데다 광투과율이 월등히 높고, 쌀겨 등을 참외밭에 깔아두고 태양열로 소독하면 뿌리혹선충과 각종 곰팡이병으로부터 참외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매출 급신장을 선도하기도 했다. 성주에는 2010년까지만 해도 참외 포장상자가 15㎏짜리 하나뿐이었다. 소비자가 가볍게 먹기에는 다소 양이 많았다. 그래서 2011년 10㎏짜리 참외박스로 포장단위를 추가했더니 조수입이 2010년보다 519억원이나 많은 3,570억원을 기록했다. 그후 5, 3㎏짜리 등 참외박스가 다양화하면서 2015년에는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4,020억원)했다.

경북 성주지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참외 모형의 버스정류장 전경.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경북 성주지역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참외 모형의 버스정류장 전경.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성주참외는 마스크팩으로도 탈바꿈했다. 성주군 월항농협이 참외 추출물로 개발한 것으로 지난 6월 한 대형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참외국수와 참외스무디, 참외장아찌, 참외피클, 참외와인 등 성주군 농업기술센터의 시험 품목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성주참외는 해외로 대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올들어 프랑스와 러시아, 영국 등 유럽 3개국 수출시장을 처음 노크하는 등 이달 초까지 해외 9개국에 226톤, 7억7,000만원어치를 수출했다.

사드 때문에 중국 시장에는 문턱도 넘지 못했지만 반대급부로 국군 장병들의 식탁에 오르게 됐다. 지난달 11일 6.3톤을 시작으로 이달 3일 4톤까지 모두 40톤의 성주참외가 1㎏당 2,341원의 단가로 군납됐다. 성주참외 현재 단가는 1㎏당 3,500원 선이다.

김정배 성주군 농산물유통담당은 “추석 때까지는 참외가 출하되지만 7월말이면 대부분 폐경기라 올 군납은 끝났다”며 “해외시장과 군납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장개척이 성주참외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성주군 농업기술센터는 폐경기를 맞은 참외 농가를 위해 25일부터 한달 간 읍면을 돌며 참외재배 시 발생하는 병해충 방제와 수확 증가 방안 등을 교육한다.

한편 재래종으로 재배되던 성주참외는 1957년 일본 은천참외 도입 후 상품화되기 시작, 89년 금싸라기형 고당도 참외가 보급됐다. 분지형 기후로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심해 참외 적지로 손꼽힌다. 2000년 농가 5,927호가 3,425㏊에 참외를 재배하다 올해는 4,012호, 3,505㏊에 이르고 있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지난해 성주를 ‘삼오시대 원년’으로 선포하고 참외조수입 5,000억원, 인구 5만명, 예산 5,000억원 달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의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2년차에 참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성주참외 브랜드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선봉에 서겠다”고 말했다.

성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성주참외. 성주군 제공
성주참외. 성주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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