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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압력솥 사회'에서 증발해버린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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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압력솥 사회'에서 증발해버린 일본인

입력
2017.08.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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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증발

레나 모제 글, 스테판 르멜 사진ㆍ이주영 옮김

책세상 발행ㆍ256쪽ㆍ1만5,000원

아주 독특한 콘셉트의 책이다. 1990년대 일본에 어둠을 드리운 ‘잃어버린 10년’. 사무라이 특유의 수치심 문화는 시대의 상처를 오직 개인의 몰락으로만 몰아갔다. 그리하여 그 시절 수많은 일본인들이 사라져갔다. 프랑스 작가와 사진가는 이 기괴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사라지는 일본인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가령 이런 이야기다. 일본 택시 운전기사들은 친절하기도 유명하다. 그러나 도쿄에서 기사에게 산야(山谷)를 가자고 하면 적잖이 못마땅해하는 얼굴을 찾을 수 있다. 산야는, 일본 정부가 지도에서도 지워버린 잉여인간들의 집결지다. 지린내가 들끓고 술병이 굴러다니며 돈 몇 푼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일본 전국 각지에서 증발된 인간들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지운 채 모여드는 곳이다. 눈길을 끄는 건 무엇보다 사진이다. 모든 사진은 네 귀퉁이 구석구석까지 이미지가 꽉꽉 들어차 있는데, 수치심의 압박 아래 증발 직전인 인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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