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 질문은 언제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활동 범위가 다른 두 맹수가 실제 싸우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이에 대한 우문현답으로 “살아남은 놈이 강하다”, “더 굶주린 놈이 이긴다”라고 할 수 있다.
‘무패 복서’와 ‘종합격투기 챔피언’이 맞붙는 지상 최고의 싸움도 마찬가지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 사각 링(복싱)과 옥타곤(종합격투기)에서 ‘신’으로 군림했던 두 파이터가 자웅을 겨루는 일전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고, 마침내 대결이 임박했다.
복싱의 살아 있는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ㆍ미국)와 격투기 최강 코너 맥그리거(29ㆍ아일랜드)가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슈퍼웰터급(69.85㎏) 12라운드 복싱 경기로 맞붙는다.
종목이 다른 둘의 만남은 1976년 복싱의 무하마드 알리와 레슬링의 안토니오 이노키의 대결만큼이나 ‘세기의 대결’혹은 ‘세기의 서커스’가 될 수 있다. 복싱 외길을 걸으면서 49전 전승(26KO)을 거두고 은퇴한 메이웨더가 복싱 초보 맥그리거에게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2015년 9월 은퇴 후 2년 간의 공백이 있고,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만 메이웨더는 모든 근육과 신경이 복싱에 적응된 선수다. 역대 최고의 아웃 복서로 꼽힐 정도로 주먹을 피하는 기술은 따라올 자가 없다. 26차례 KO승은 카운터 펀치 능력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맥그리거는 UFC 사상 첫 두 체급을 석권한 챔피언이지만 12라운드(각 3분) 복싱 경기 자체가 처음이다. 모든 기술을 총 망라한 종합격투기로 붙는다면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의 상대가 될 수 없지만 펀치만 허용하는 복싱은 아무래도 몸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옥타곤을 지배했던 빠르고 묵직한 펀치와 저돌적인 경기 스타일로 의외의 한방을 날릴 수도 있다. 링 위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신경전에도 능하다.
도박 업체는 메이웨더의 우세를 점친다. 도박 사이트 영국 윌리엄힐은 메이웨더 승리에 1.25배, 맥그리거 승리에 3배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그러나 최근 도박사들의 움직임은 이변을 암시한다. ESPN은 “최근 도박꾼 17명 중 16명꼴로 맥그리거에게 돈을 걸고 있다”면서 “지난 2월 메이웨더에게 -2,500(1,000달러를 얻으려면 2,500달러를 걸어야 한다는 뜻), 맥그리거에게 +1,100(1,000달러를 걸면 1,100달러를 딴다는 의미)의 배당이 책정됐지만 6월에는 메이웨더 -475, 맥그리거 +375로 배당이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도박 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다들 맥그리거에게만 돈을 건다”고 말했다.
둘의 대결은 복싱 사상 가장 비싼 한 판이 될 전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대진료로 두 선수 모두 1억달러(약 1,132억원)를 챙길 것으로 내다봤다. 중계권료와 티켓 판매 등을 합쳐 메이웨더가 1억5,000만달러(1,708억원), 맥그리거가 1억달러(1,138억원)를 가져간다고 예측했다.
USA투데이는 23일 “둘의 대결을 미국에서만 5,000만명 이상이 시청할 것”이라며 미국 인구 6명 중 1명이 보는 놀라운 수치라고 전했다. 중계를 맡은 HBO에 따르면 PPV(유료 시청 서비스)는 500만 가구에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5년 5월 메이웨더와 매니 파퀴아오(필리핀)전 당시 팔렸던 440만 가구를 넘어선 기록이다. 또 PPV 가격은 일반 화질 89.95달러(10만2,000원), 고화질 99.95달러(11만3,000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입장권 가격은 가장 싼 좌석이 500달러(56만6,000원), 가장 비싼 좌석은 1만달러(1,132만5,000원)에 달한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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