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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 총리의 예사롭지 않은 ‘실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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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 총리의 예사롭지 않은 ‘실언’

입력
2017.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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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선 지역사회부 기자
최두선 지역사회부 기자

오랜만에 선선한 주말을 보내고 기분 좋게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던 21일, 충청권은 이낙연 총리의 뜬금 없는 발언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이 총리가 전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에 대해 “국민 다수가 동의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충청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과 사과ㆍ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이 쏟아졌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내 국무조정실 앞에서 22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후속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이 총리의 발언은 충청권 주민, 나아가 국민들을 당혹케 하기 충분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의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전문가의 64.9%가 개헌안에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데 찬성했다. 1,000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찬성(49.9%)이 반대(44.8%)를 앞섰다. 물론, 이 결과가 절대적 판단 기준이 될 순 없지만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판결 이후 정부기관의 첫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과 전문가의 여론을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로써, 유의미한 것은 사실이다.

이 총리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장미대선에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켜온 ‘세종시의 실질적 행정수도 완성’ 기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박근혜 정부 탓에 지금도 ‘끔찍한 불신 트라우마’를 겪는 국민들에게 또다시 국정 불신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총리실이 해명자료를 내고, 청와대가 ‘사전 교감이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총리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정부의 입장으로 오해할 만한 발언을 해 민심을 동요시키는 우를 범했다. 이 총리는 최소한 개헌 일정에 따라 국민투표가 이뤄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를 근거로 수도 이전에 대해 이야기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선 취임 100일을 넘긴 이후에도 80% 중반으로 나왔다. 외신기자들도 “문 대통령을 뽑은 사람만이 아니라 뽑지 않은 사람도 좋은 평가를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렇게 높은 지지도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불신의 정부’를 ‘신뢰의 정부’로 바꾸려는 정부 노력의 산물이다.

이 총리의 실언은 정부의 이런 노력에 역행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은 큰 실수다. 이는 단순히 ‘수도이전 문제’에 한정된 게 아니다. 취임 직후부터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신뢰받는 정부에 일조하던 이 총리이기에 이번 실수는 더 큰 배신감과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국민들은 믿고 있다. 이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문 대통령과 함께 민심을 더 헤아리는 국정 책임자가 될 것이라고.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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