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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토론회] “일자리 늘리기 메뉴는 많지만 킬러 콘텐츠 안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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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토론회] “일자리 늘리기 메뉴는 많지만 킬러 콘텐츠 안보여”

입력
2017.08.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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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책 100일 평가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로 설정

소득 위주의 성장 추진 바람직

중기 고용역량 더 끌어올리고

핵심 정책에 예산ㆍ홍보 집중해야

일자리 해결의 주체는

정책 효과는 시장서 판가름

정부 주도성 지나치면 역효과

환경 만드는 마중물 역할하고

민간 기업에서 일자리 늘려야

한국일보 주최 '일자리를 말한다' 토론회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병유 한신대 교수, 최영기 한림대 교수,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 장신철 일자리위원회 부단장. 배우한 기자
한국일보 주최 '일자리를 말한다' 토론회가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병유 한신대 교수, 최영기 한림대 교수,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 장신철 일자리위원회 부단장. 배우한 기자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의 총대를 멘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의 출범 100일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일자리를 말한다’ 토론회에서 노ㆍ사ㆍ정과 학계 참석자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지 않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시장의 변화를 이끌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장신철 일자리위원회 부단장의 기조발제에 이어 전병유 한신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 그리고 장 부단장이 참여했다.

일자리 정책 100일 평가

전병유 한신대 교수(사회)=새 정부가 국가 주도로 일자리 관련 시스템뿐 아니라 생각까지 바꿔보겠다고 야심 차게 나섰는데요. 지난 100일 동안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체계 구축 방안을 비롯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해왔습니다. 기대가 큰 한편으로는 우려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김혁 사무부총장=문재인 정부가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로 재벌 주도에서 소득 주도 성장으로 경제 성장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측면은 환영합니다. 다만 몇 가지 전제가 있습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일자리의 양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면서 고용 정책의 핵심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늘리기가 됐습니다. 최근 갈등요소가 된 기간제 교사나 스포츠ㆍ영어 전문강사들도 일자리의 양을 무조건 늘리는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이 정권도 일자리의 양을 늘리려고 하면 과거 정권과 똑같은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일자리를 양의 측면이 아니라 질로 먼저 접근해야 합니다.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따라 자연스레 일자리의 양도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상 본부장=정부가 국정지표의 중심에 일자리를 놓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표를 바꾸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정부 정책 중 일자리와 가장 밀접한 부분이 중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워 신규채용을 늘리고 임금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 기업의 역량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정책의 목표가 역량 향상이 아니라 지원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을 얼마나 해줬느냐는 따지면서 실제로 중소기업이 얼마나 고용을 늘리고 임금을 올려줬느냐는 지표로 활용되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의 고용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정부 지원정책의 목표를 둬야 합니다.

최영기 교수=과거 일자리 정책은 고용ㆍ노동 정책의 일환에 불과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것을 경제ㆍ산업정책의 핵심 정책목표로 내세웠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지난 20년 간 과거 정권도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을 얘기하면서도 실제 진행 과정에선 일자리 정책을 주도하는 부처와 경제ㆍ산업 부처가 항상 충돌하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일자리위원회에서 경제ㆍ산업 부처의 관료들이 활동하는 방식의 일자리 중심 구조로 바뀌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일자리 중심 국정운영 체계 구축방안을 보면 다양한 것들이 나와있지만 정작 시장을 흔들만한 ‘킬러 콘텐츠’는 잘 안 보입니다. 여러 메뉴를 다양하게 내놓으면 선택과 집중이 안 되고 정부의 시그널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하게 포착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매년 계획은 많이 짜놓아도 실제 집행 시엔 두 세 개에 확실히 집중해야 합니다. 핵심 정책 몇 가지에 집중적으로 행정력을 동원해 예산을 들이고 홍보를 하는 것이 효과적일 거라는 얘깁니다.

일자리 문제를 풀어나갈 주체는

사회=유럽국가들의 사례를 봐도 과거엔 노동 문제를 노사의 타협으로 해결해왔는데, 최근 이런 모델이 청년이나 여성, 비정규직을 대변하지 못해 국가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처럼 그 동안 사회가 대변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중요하지만, 과연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이 시장의 일자리를 바꾸는데 얼마나 효과를 가질 것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최영기 교수= 정부의 의지가 강한 건 좋지만 의욕 과잉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소득 주도 성장이 곧 정부 주도의 성장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지금 정부는 각 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일자리 전담부서 설치를 비롯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메뉴는 다 꺼내놓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승부는 시장에서 납니다. 정부냐 시장이냐 같은 구태한 논쟁까지 가지 않아도 일자리는 시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다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일자리 대통령을 선언했듯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것은 선도적으로 해줘야 합니다. 그래도 잘해봐야 마중물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정부 주도성에 지나치게 매여있다 보면 노사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불러일으키기 어렵습니다. 정부의 10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이나 교육훈련, 직업고용서비스 분야에 대한 노사의 참여를 과거 정부가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과감하게 넓히는 ‘생각 바꾸기’를 해보면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을 겁니다.

장신철 부단장= 저도 결국 정부는 마중물 역할이고 일자리는 어디까지나 민간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힘들다고 봅니다. 정부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일자리는 민간에서 일자리는 생겨나야 합니다. 지금이 정부 초기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등 여러 가지 혁신적 조치가 취해지다 보니 정부 주도로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일 텐데, 내년 이후 정부가 조금 안정되면 이런 부분은 차츰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김혁 사무부총장=저는 노사대타협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정부는 결국 노동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노사대타협을 얘기하는데, 현행 법이 노동자들에게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선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합니다. 이 운동장을 먼저 평평하게 한다면 노사대타협이 조금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

비정규직 해결 방안은

‘비정규직=나쁜 것’ 규정이 문제

정규직보다 보수 많은 유형 있어

상시지속 업무에 고용 안정 보장

임금ㆍ근로 조건은 시장에 맡겨야

청년 고용절벽 해법은

대ㆍ중소기업간 임금 양극화 심각

눈높이 낮추라는 식의 해결 안돼

정부 취업 정책 200개 나왔지만

청년들 실정 반영해서 법개정을

질 나쁜 일자리를 개선하려면

사회=인프라 역할을 하는 일자리 고속도로를 만들어도 그 안에 뭘 싣고 달릴 지가 중요합니다. 이미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의제가 던져졌다고 보는데, 이는 결국 질 나쁜 일자리 개선과 연결되는 것이 아닌지요.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이 밖에 어떤 방안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혁 사무부총장=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려면 재벌개혁을 해야 합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재벌은 이윤 창출로 700조원 이상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는 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방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이명박 정권에서 낮춘 법인세를 재인상해야 합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엔 많은 재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벌증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 다음으로 일자리 질과 양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은 노동시간 단축입니다. 한국은 노동시간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 2위를 다툽니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인 52시간을 준수하겠다는데, 이는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행정해석 변경만으로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우선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겠다고 합니다. 야당의 반대가 뻔한데 말이죠.

이경상 본부장=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고용의 질 문제, 질 낮은 일자리는 비정규직으로 귀착되곤 하는데, 이건 이분법적 사고일 수 있습니다. 정규직은 전일제 근로자일 뿐 실제로 비정규직도 전문가들의 경우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일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논의 자체를 ‘비정규직은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고 시작하니 다양한 유형의 일자리 고용이 위축됩니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재벌개혁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겁니다. 시장은 결국 생태계라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벤처가 창업을 하도록 맡겨두고 대기업이 들어가서 좋은 벤처가 있으면 골라서 투자해 키우는 방식을 ‘스케일 업’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또 다른 고용이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재벌개혁으로 재벌을 깎아 내리기 보다는 재벌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대기업이 솔선수범을 하게 해야 합니다.

최영기 교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대통령이 선을 확실히 그었지만, 민간부분에 어떻게 확산시킬 것이냐가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사용사유 제한을 도입하겠다는데, 실제 입법이 될지 굉장히 의구심이 듭니다. 이미 답이 나와있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공방도 3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 비정규직 사유제한 같이 논쟁적이고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법을 국회가 시의적절하게 처리해줄 가능성은 굉장히 낮습니다.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제대로 괜찮게 만들어 주려면 상시지속 업무라면 정규직처럼 고용은 안정 시키되 임금ㆍ근로조건은 시장에 맡겨 줘야 합니다. 직무에 대한 시장의 시세에 맞춰 임금을 책정해 주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연공주의에 의한 인사관리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나이나 근속에 의해 대접받는 것은 이제 사치라고 봅니다. 직무에 따라, 사람의 능력에 따라 일을 하고 평가 받는 비즈니스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비정규직을 쓰지 말라는 법 한 줄 만든다고 시장은 절대 한꺼번에 바뀌지 않습니다. 시장의 논리에 맞춰 생각 바꾸기를 해야 하고 법을 바꿀 것이 아니고 임금 제도, 인사 제도를 먼저 바꿔 줘야 합니다.

청년 고용절벽의 해결책은

사회=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은 청년들의 현실과도 밀접하게 연계됩니다. 심각한 청년 고용절벽의 해결책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최영기 교수=청년들의 취업은 비정규직 문제와 연동된 부분이 많습니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라면, 예를 들어 임금은 낮지만 안정된 일자리라면 취업하겠다는 청년이 많아질 겁니다. 일자리 질이 좋아지면 청년 고용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설사 그 일자리가 평소 원하던 일자리는 아니더라도 일단 들어가 일을 하면서 능력을 향상하고 자격을 갖추면 더 나은 일자리, 더 높은 직무로 이동할 수 있다면 청년들도 중소기업에 취업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대기업의 정규직으로 입사 했느냐 아니냐가 직업시장의 성패를 가르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 일자리는 많이 잡아도 전체 일자리의 30%가 채 안 됩니다. 나머지 70%의 청년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장신철 부단장=지난 정부 역시 청년 취업대책을 7, 8차례 내놓았지만 해결된 것이 없습니다.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에 가지 않냐,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가 문제입니다. 근로조건이 안 좋은 중소기업에 청년들이 가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합니다.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가 과거 10년 간 너무 벌어졌습니다. 외환 위기 당시인 1998년엔 대기업 임금이 100이라면 중소기업의 임금은 90정도로 격차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40% 가까이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데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할 순 없습니다. 결국은 격차 해소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 지금은 세대 별로 봤을 때 청년의 인구 비율이 가장 많습니다. 향후 4, 5년이 지나면 인구 수가 줄기 시작할 텐데, 지금 정부가 공무원 수를 늘리고 대책을 세우는 게 과도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청년들에게 일단 희망을 주지 않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 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학자들은 과거 과도한 교육수준(over education)을 고민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등이 필요해 이 같은 과도한 교육이 오히려 축복이 되는 시기가 오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4, 5년의 고통을 잘 견디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고용부에서 발표한 청년정책을 찾아보니 이미 우리나라에 200개 가까이의 정책이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이 알고 있는 정책은 거의 없는 실정인 만큼 정책을 보다 단순하게 설계하려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 정부는 비정상 상태인 노동문제의 정상화, 청년 고용절벽, 4차 산업혁명 시대 등 수많은 과제를 앞에 놓아두고 있습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 개정 등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습니다. 이런 다양한 쟁점과 과제들을 문재인 정부에서 잘 해결해서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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