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는 미래는 백지상태입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보통 SF영화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고 파괴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하지만 제 영화에서는 외계인이 착하고 친절합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뤼크 베송(58)이 신작 ‘발레리안: 천개 행성의 도시’(‘발레리안’)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니키타’와 ‘제5원소’ 등으로 많은 영화팬을 거느린 베송은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고, 배우 최민식을 자신의 영화 ‘루시’에 캐스팅하기도 한 지한파다. 그는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작과 자신의 근황에 대해 밝혔다.
‘발레리안’은 28세기를 배경으로 한 동명 원작 만화를 밑그림 삼아 만들어졌다. 남녀 주인공 발레리안과 로렐린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활약하는 모습을 스크린에 담았다. 외계인을 악의 상징으로 그리지 않고 친구로 묘사한 점이 이채롭고, 두 주인공이 초능력을 지니지 않은 인물이라 흥미롭다. 베송은 “진짜 영웅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며 “궁극적으로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을 이끄는 건 여성”이라며 어머니를 통해 여성의 강인함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가 만난 첫 번째 좋은 여성은 어머니였어요. 그녀가 바쁜 와중에도 절 도맡아 키웠습니다. 저를 길러내는데 튼튼한 근육은 필요하지 않았어요. 여성이 얼마나 강하고 존엄을 가지고 있는지를 영화 속에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베송은 기자회견에서 여성과 어머니를 강조했지만 정작 영화에는 ‘아버지에게(To My Father)’라는 짧은 헌정 문구를 넣었다. 베송은 “아버지께 이 영화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영화를 만들기도 전에 돌아가셨다”며 “‘발레리안’을 촬영하며 가장 슬펐던 점이 아버지가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하늘에서 이 영화를 꼭 보시고 좋아하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발레리안’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보니 할리우드 고전 SF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와 비교되고 있다. 베송은 “‘발레리안’이 ‘스타워즈’보다 앞선 작품”이라며 “‘스타워즈’는 그리스 신화를 가져온 반면 ‘발레리안’은 우주요원들에 대한 이야기라 서로 관련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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