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조기 철군 탓 IS 득세
미군 빠지면 권력 공백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포트마이어 기지에서 연설을 통해 신(新)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략을 발표하며 “우리 군대는 승리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군을 안전하게 귀국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철군과 주둔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소극적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간 전쟁 전략에 대한 공식적인 폐기 선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확한 추가파병 규모를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언제 공격할지 이야기 하지 않겠지만, 분명히 (탈레반을) 공격할 것”이라며 16년간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무력을 앞세워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의 탈레반과 테러조직에 대한 공격의사를 분명히 하며 ‘개입주의’로의 전환을 밝히면서도 “우리의 헌신은 무제한이 아니며 지원은 백지수표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승리를 위한 전쟁을 하겠다면서도 “국가를 건설해주지는 않겠다”고 한 점은 트럼프 정권의 핵심인 ‘미국 우선주의’를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탈레반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파키스탄에 대한 강경책을 펴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파키스탄은 미군이 대적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거처를 제공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동시에 파키스탄의 라이벌 인도를 활용할 뜻도 비쳤다. 그는 “인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는 만큼 아프간 개발과 경제지원에 일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남아시아 지역에서 인도와 협력할 뜻을 천명했는데, 이는 중국 견제에 인도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오바마 정부와 달리 철군 시점을 밝히지 않은 것은 궁극적으로 탈레반을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압박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군사 작전을 언제 시작하고 끝낼지 알려주는 일이 어떤 역효과를 내는지 여러 번 지적했다”며 “효과적인 군사작전이 이뤄진 후 정치적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시절 “아프간을 떠나자”며 철군을 강하게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전 지속’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유는 아프간에 권력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는 공식 피해 현황 발표를 중단했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서도 하루 평균 아프간 정부군 30여명과 민간인 9명이 사망하는 등 탈레반이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 철군을 지나치게 서두른 것이 급진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발호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현상 유지’로 마음을 바꾼 계기로 보인다. 또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진하며 최근 중앙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아프간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조달러 상당의 희토류 등 안보적ㆍ경제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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