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사건’ 추가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2일 공안2부와 공공형사수사부 등 공안부서 두 곳을 주축으로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기존의 대형 사건 특별수사팀에 준하는 규모로 사실상 ‘제2기 댓글 수사팀’이 꾸려진 것이다.
검찰 수사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전날 댓글 사건에 관련된 민간인 외곽팀장 30명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국정원TF는 자체 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7개월 간 민간인으로 구성된 30개의 사이버 여론조작용 외곽팀을 운영했으며, 2012년 한 해만도 지원된 자금이 3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착수 직후 외곽팀장 전원과 전ㆍ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출국 금지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정권 유지와 재창출에 국정원이 이용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에 국민 세금이 사용된 것은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문제는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단독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지시했겠느냐 하는 것이다. 사건의 성격상 이 전 대통령 등 최고 권력자가 정권 차원에서 자행했을 개연성이 높다. 실제 청와대가 개입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TF에 적발된 사이버 외곽팀 구성원들은 모두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한 단체의 회원들로 밝혀졌다. 그 중 늘푸른희망연대는 이 전 대통령을 후원하는 여성들 모임인 ‘이명박과 아줌마부대’가 명칭을 바꾼 단체다. 2011년 국정원이 작성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장악’문건도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됐다. ‘온라인 댓글 등을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지시에 따라 총선ㆍ대선에서 여당 후보 지원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국정원TF 조사에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국정원 댓글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 법무부의 고위층이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많다. 당시 검찰 수사팀장은 좌천됐고, 검찰총장은 혼외자 논란 돌출로 옷을 벗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권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국정원의 정치공작 행태를 뿌리뽑으려면 국정원뿐 아니라 권력의 배후 여부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러려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물론 박 전 대통령 청와대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하다. 검찰 내부의 석연치 않은 사건 처리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국가정보기관의 헌법 유린 행위 규명에 어느 누구도 성역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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