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26년 진위공방 미인도 검찰 ‘진품’ 결론에 불복
총리실 “진위 논란과는 무관... 인간적 위로 방법 찾으라는 것”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에 천경자 화백의 유족을 위로할 방안을 찾아보라고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족 측은 26년간 진위 공방이 이어지던 ‘미인도’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12월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항고를 거쳐 재정신청까지 제기하는 등 불복 절차를 밟고 있다.
22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이 총리는 이달 초 일일간부회의를 통해 “천 화백의 유족이 미인도 진품 논란으로 너무 억울해하고 힘들어한다고 들었다”며 유족을 위로할 방안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지시는 문체부로 전달됐으며,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아직 구체적인 위로 방안을 국무조종실에 보고하지는 않았다.
이 총리가 전남지사 시절 호남지역 인사들로부터 ‘천 화백 유족이 상처 입고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이번 지시의 배경이 됐다. 천 화백은 고향이 전남 고흥이다. 검찰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린 뒤 유족 측이 “화가와 작품은 부모와 자식 같은 관계인데, (천 화백이) 자기 자식도 몰라보는 부모가 됐다”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얘기를 총리 취임 이후에도 거듭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유족에 대한 인간적 위로를 하고 싶어서 방법을 찾아보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 측이 검찰 결론에 대해 불복 절차를 밝고 있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는 지시”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천 화백이 이미 은관문화훈장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전 개최 지원 등의 위로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미인도는 천 화백이 1991년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자, 천 화백은 창작 중단을 선언하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고 2015년 미국 현지에서 작고했다. 유족은 천 화백 별세 후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이 미인도가 진품이 아닌데도 진품이라고 주장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ㆍ고발해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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