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철 일자리위원회 부단장 기조발제
지금까지 국정 운영을 해오는 데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성장과 효율성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중시해 온 이 가치는 2000년대 이후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성장률이 7%를 넘어도 국민이 행복해하지 않는다. 1~2% 성장률에 그치는 유럽보다 우리 국민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
그래서 현 정부는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과 일자리를 놓고 추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예산, 조세정책, 조달, 기관 평가 등을 살펴보면 모든 게 성장과 효율성 중심의 지표로서 만들어져 있다. 이것을 현 정부에서 바꿔보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향후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 있지만, 꼭 필요한 부분에서 인력을 늘릴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21.3%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경기 불황과 고용위기 시에 정부가 최대 고용주로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솔선수범해야 하는 게 기본 임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다. 전환 원칙은 상시ㆍ지속적인 공공직 업무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간 부분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기간제 사원을 2년 정도 쓰면 정규직으로 전화할 거라고 기대하고 2년 사용 기간을 만들어 놨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은 2년마다 비정규직을 돌려쓰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래서 한번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면 계속 비정규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부분에도 상시ㆍ지속업무의 경우 비정규직을 못쓰게 하면 노동시장에 대한 엄청난 규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다른 해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로 가기 어렵다.
최저임금 시급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정책도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 입장에서 당장 좋지만,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자동화를 한다든가 인력을 줄이는 경우 근로자에게 충격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연말까지 최저임금에 대해 일부 개선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본다.
근로시간 단축법도 잘 풀리지 않는 문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휴일근로시간(최대 16시간)을 연장근로시간(최대 주당 12시간)에 포함해 법이 허용하는 근로시간의 한도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고용노동부가 ‘휴일근로시간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한 것을 근거로 주당 최대 68시간 근로(법정 기준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가 가능했다. 이걸 폐기하면 근로시간 주당 52시간(법정근로+연장근로)을 넘긴 사업주를 처벌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국회가 2020년까지 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앞에서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했는데 사실 이 말의 핵심은 사람의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다. 시스템이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1960년대 이후 고착화한 성장 우선 사고로는 오늘날 일자리 창출 문제해결 할 수 없다. 발상과 추구하는 가치부터 바뀌어야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올 것이다.
정리 민재용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장신철 부단장 약력> 장신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美 일리노이대 노사관계대학원 졸
▦한국기술교육대(Korea Tech) 고용정책학 박사(2014)
▦34회 행정고시(1990년), 12회 공인노무사 시험(2003년) 합격
▦고용부, 국무조정실, 대통령비서실, 駐OECD 대표부(파리) 근무
▦前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서울지방노동청장
▦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단장 (2018.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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