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지방금융그룹인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이 또 다시 무산되면서 경영 공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발단에는 연령 제한 규정조차 없는 느슨한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이 한 몫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BNK금융에 따르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21일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해 자정까지 5시간여의 마라톤 회의를 갖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보다 많은 정보를 수집해 다음달 8일 회의에서 재논의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임추위는 지난 17일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기로 했지만 박재경(55) BNK금융지주 회장대행과 김지완(71)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지지 의견이 양분돼 이견 조율에 실패했다. 21일에도 두 후보의 적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져 결국 두 번째 파행을 맞았다. 회장 후보는 6명의 위원 가운데 3분의2인 4명 이상이 지지해야 하지만 지금은 3대3으로 한치의 양보 없이 갈린 상태다. 당초 다음달 8일 임시 주총에서 예정했던 새 회장 선임도 덩달아 다음달 27일로 재차 미뤄져 BNK금융의 경영 공백은 한층 길어지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이번 적격 논란의 한 축인 김지완 전 부회장의 ‘정권 낙하산’ 시비 외에도 애초에 70대 고령자가 후보에 오른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1년 ‘신한 사태’를 계기로 금융지주사에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마련해 회장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권고했다. CEO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지배구조 위험(리스크)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을 비롯한 국내 대부분 지주사들은 임기 3년을 감안해 만 67세 미만만 회장에 선임할 수 있고, 연임할 경우에도 재임기간을 만 70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BNK금융은 그간 모범규준에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같은 나이 제한을 내부 규정으로 두지 않았다. 부산은행 노조 관계자는 “다른 지주사에선 지원조차 하지 못했을 고령의 후보자가 유력후보가 된 것부터 문제”라고 주장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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