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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세 차례 대선 패배도 신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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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세 차례 대선 패배도 신의 축복”

입력
2017.08.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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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서 “어쩌다 진흙탕 뒹구나 참담...

그래도 정치 시작한 것 후회 안해"

“세 차례 대선 패배는 모두 ‘내 탓’”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 번 대선에 도전해 모두 낙방. 이회창 전 총재는 한국 정치사에서 드문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엘리트로 살았던 그에게 정치는 실패만 안겼을 뿐이다. 대법관, 국무총리로서 국민에게 각인된 ‘대쪽’ 이미지는 정계에 발을 디딘 후엔 ‘독선적인 귀족’으로 바뀌었다. ‘제왕적 총재’, ‘옥탑방도 모르는 정치인’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은 ‘병풍’이 돼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그래도 그는 정치를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 전 총재는 22일 출간한 ‘이회창 회고록’에서 “정치에 들어온 후 문득 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시절 떠올리면서 ‘내가 어쩌다 이렇게 진흙탕에서 뒹구는 신세가 되었는가’하고 참담한 심정이 드는 때가 없지 않았다”고 밝혔다. “삶을 공무원 사회에서 보낸 반생과 정치인으로서 보낸 반생으로 나눠 본다면 다른 두 개의 광경이 떠오른다. 하나는 잘 정돈된 정원의 정경이고, 다른 하나는 곳곳이 진흙의 늪과 가시덩굴도 덮인 삭막한 전쟁터의 정경이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정치에 들어온 걸 후회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참담함을 겪어 내고 극복하는 것 또한 정치의 일환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된 ‘병풍’과 관련해선 “병역 문제가 자식 둔 부모들에게 얼마나 민감하고 또 폭발성이 큰 문제인지 깨닫지 못했다”며 “참으로 내가 어리석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각각 97년 대선에서 1.6%포인트 차, 2002년엔 2.3%포인트 차로 패한 이유로 여러 정치공학적 분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잘못”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이인제 후보의 배신행위와 DJP연합이 결과적으로 승패를 갈랐지만 내가 패배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라고 분석하는 것은 결과에 맞춘 견강부회”라며 “요컨대 선거에 진 것은 나의 잘못이지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와 파기 역풍 등의 상황적 요소가 주효하게 작용해 패한 2002년 대선의 결과도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진단했다. “전쟁에서 지면 그것은 전쟁을 지휘한 장수의 책임이며 선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로서 자신이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하는 능력이 부족했고, 귀족ㆍ기득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하지 못했으며 인터넷 매체의 활용에서도 뒤졌다고 돌아봤다.

‘이명박 대세론’으로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던 2007년 대선에서 다시 도전장을 낸 이유도 밝혔다. 이 전 총재는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15.1%의 득표율로 선거자금 전액을 보전 받는 수준의 결과에 만족해야 했다. 이 전 총재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당선을 확신한다는 말을 하고 다녔지만 처음부터 당선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며 “예상대로 낙선했지만, 나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내가 출마함으로써 내가 주장했던 쟁점 특히 대북 정책이 야당의 주요 담론으로 떠올랐고 이명박 후보도 북한체제의 개혁ㆍ개방을 강조하는 등 보수적 가치를 분명히 한 건 성과라면 성과”라고 덧붙였다. 또 “나의 출마로 보수층이 분열돼 정권교체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합한 것의 절반이 여권 후보인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보다 아래로 떨어질 때 즉각 사퇴하겠다는 마지노선을 마음속에 정했다”는 점도 밝혔다.

세 차례 대선 패배를 이 전 총재는 ‘신의 축복’이라고 표현했다.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이 겪지 않는 실패를 겪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신이 나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삶의 기회를 갖게 해준 축복이 아닌가. 비록 그것이 실패의 현장이라도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삶이었다.”

이런 소회도 있다. “나는 신께 기도했다. ‘저를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만들어주소서. 만일 제가 그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대통령이 안 되게 해주소서!’ 그랬더니 나는 대통령도 되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신은 나의 기도에 응답한 것인가.”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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