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동네 봉사왕 유족들이 낸 ‘가장 의미 있는 성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동네 봉사왕 유족들이 낸 ‘가장 의미 있는 성금’

입력
2017.08.22 15:10
0 0

충남 공주 신풍면 새마을지도자

권태영씨 급류에 실족 숨져

장례 후 남은 300만원 “이웃 위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권태영씨 유족이 지난 18일 공주시 신풍면사무소를 찾아 성금을 기탁했다. 공주시 제공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권태영씨 유족이 지난 18일 공주시 신풍면사무소를 찾아 성금을 기탁했다. 공주시 제공

“아들이 생전에 고향에서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마음입니다.”

지난 18일 충남 공주시 신풍면사무소를 찾아온 편득순(78) 할머니는 양승희 면장에게 “면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 7월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아들 권태영(52)씨의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이다.

권씨는 고향 신풍면에서 누구보다도 봉사에 앞장서고 어려운 이웃을 소문 없이 돕던 이른바 농촌의 ‘50대 청년’이었다. 붙임성이 좋았던 그는 틈나는 대로 주민을 상대로 “즐겁고 활기찬 농촌으로 키워야 한다”며 마을 분위기를 이끌던 인물이었다.

젊은 사람이 대부분 고향을 떠났지만 태어나 한번도 떠나지 않은 고향마을 동원2리 새마을지도자로 헌신하면서 매달 홀몸노인 반찬 만들기 사업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또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네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해결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근면 성실해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던 그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건 지난달 11일. 전날 내린 폭우로 불어난 유구천 인근에서 권씨는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한 마을주민이 “권씨 차량만 보이고 사람이 안 보인다”며 119에 신고했다.

주민들은 그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급류에 실족, 휩쓸리는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안타까워했다고 신풍면사무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슬픔 속에 장례를 마친 권씨의 어머니와 형, 여동생은 한 달여 뒤인 지난 18일 성금 300만원을 들고 신풍면사무소를 찾았다.

어머니 편씨는 “평소 아들이 고향을 지키며 주변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는다는 차원에서 성금을 내고 싶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신풍면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이 돈을 권씨의 봉사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위기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등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지급할 계획이다.

양승희 면장은 “지금까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전달받은 가장 의미 있는 성금”이라며 “고인과 유족의 숭고한 뜻이 퇴색하지 않도록 소중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공주=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