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의정부 경전철의 파산 결정을 계기로 경전철을 비롯한 철도 민자 사업들의 부실 원인과 책임 소재가 사회적 관심으로 대두됐다. 이러한 철도 민자사업들의 공통점은 도시교통난을 해소할 목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투자로 건설됐다는 점이다. 요금 수입만으로 민간투자 건설비와 운영비를 충당한다는 전제로 추진됐다. 이처럼 교통난 해소를 목적으로 건설된 경량전철 사업들이 왜 이렇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됐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요금수입만으로 민간 투자 건설비와 운영비를 충당한다는 전제부터 다소 무리가 있었다. 철도는 대량수송, 정시성, 친환경성 등의 장점으로 재정적인 단점에도 각광을 받고 있다. 경전철 민자사업 부실의 출발점은 요금 수입만으로 민간투자 건설비와 운영비를 충당하되 최소수입보장(MRG) 협약 조건에 의거해 적자를 보전해 준다는 조건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정부의 재정 절감 욕구와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경전철 사업은 기반시설 건설은 정부가 맡고 열차구입과 운영은 민간이 담당하는 민관협력사업(PPP)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민자사업 수요예측 실패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이해도 요구된다. 수요예측은 인구, 도시개발, 요금수준, 통행시간, 경쟁수단 등 변수들의 함수다. 기본계획에서 수요예측치는 장래의 교통정책 목표다. 기본계획용 예측수요와 민자사업용 예측수요는 예측 전제와 시점이 서로 다르다. 민자사업에서는 기본계획의 예측수요와는 차별화한 예측치를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경전철 민자사업에서는 도시개발 실현 가능성과 버스노선과 같은 경쟁수단 운행계획 등을 보다 엄격하게 검토해야 한다.
셋째, 민자사업 부실의 원인이 협약 체결의 불합리성에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성급하게 추진됐던 대부분의 민자 사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금리 금융 여건에서 계약이 체결됐다. 대부분의 민자사업들은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선정되고 계약까지 체결됐다. 과도한 사회적 할인율, 후순위채권 인정, 비탄력적 운영비 등 지금 기준에서 보면 불합리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제라도 협약내용을 재구조화해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부담을 줄이는 한편 민간사업자의 목표 수익률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인천공항철도의 경우 2015년에 재구조화를 통해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을 12.11%에서 3.19%로 낮춰, 2040년까지 약 7조원의 보조금을 절약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민자 사업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과도한 재정이 투입되는 경우 사업자에게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주목된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벤치마킹이 될 정도로 우수하다. 어려운 재정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대중교통 우선 투자를 추진한 결과다. 인천공항철도도 초기 이용수요가 저조했지만, 이후 이용자는 대폭 증가했다.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량전철도 통합대중교통체계 속에서 사랑 받는 친환경교통수단으로 거듭나도록 경쟁 버스노선도 대폭 조정하고, 정차장 접근성도 개선하는 등 수요증대 노력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사업자, 이용자 등 모두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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