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은 개인사업자 259만명
10명 중 1명은 연체
가계대출까지 받은 경우도 90%
금리 오르면 가장 큰 타격 받아
금융권에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들이 259만명에 이르고 이들의 채무 규모도 73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이들 10명 중 1명은 빚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함께 700조원을 훌쩍 넘긴 자영업자 대출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신용정보원의 ‘개인사업자 금융거래 현황과 주요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이나 지급 보증을 받아 대출잔액이 있는 자영업자는 258만8,204명이었다. 빚을 진 개인사업자 10명 중 9명(90.5%)은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고 이들의 평균 대출금액은 사업자대출 2억3,310만원, 가계대출 4,980만원이었다. 사업자대출만 보유한 경우 평균 대출금액은 3억70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736조5,794억원에 달했다. 빚이 있는 자영업자 수와 대출 규모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보험회사, 신용평가사 등 금융권 전반의 개인사업자 신용공여 현황을 분석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부업체 대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할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잔액을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 임대업이 4억8,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타 제품제조업(3억700만원), 기타 개인서비스업(2억8,4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반면 화물자동차 운송업(3,800만원), 이미용업(4,800만원) 등은 평균 대출 잔액이 5,000만원 이하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절반(49.4%)이 몰렸다. 지역별 평균 대출잔액도 서울이 3억4,0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대구(2억7,100만원) 경기(2억6,900만원) 부산(2억6,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대출 기관별로 보면 은행이 42.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용보증재단(26.2%) 카드ㆍ리스사(9.5%) 보험사(7.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10명 중 1명(9.7%)은 빚을 갚지 못해 연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의 연체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금액 기준으로 연체율은 0.3%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0.3%)과 동일했다.
700조원이 넘는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위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자영업은 경기에 가장 민감하고 금리 상승 시엔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예상보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훨씬 큰데다가 올해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보여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금리 상승기에 경기 부진까지 덮칠 경우 금융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내달 발표할 예정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과밀업종 대출 억제 등 자영업자 대출 관리 방안도 담는다는 방침이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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