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크루즈 관광 전략산업 육성”
3년 내 20만톤 초대형 선박 유치
평창올림픽 땐 ‘바다 위 호텔’ 운영
고급 선박을 타고 해외 여러 나라를 둘러보는 크루즈 관광.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중해 등 유럽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급 관광상품이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는 한국와 중국, 일본, 극동 러시아를 잇는 아시아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국내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195만 명이다. 2014년 100만명을 넘긴 지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제주와 부산, 인천 등지에 이어 최근 강원도가 크루즈 관광시장에 뛰어들었다. 1인당 평균 소비액이 100만원이 넘는다는 손이 큰 고객을 잡기 위해서다. 도는 크루즈를 침체된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킬 키로 삼기 위해 해양관광센터를 설립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지리적인 위치를 감안해 속초, 동해항과 극동 러시아, 마이즈루(舞鶴) 등 일본 간사이(関西) 지방 주요항구, 부산과 제주를 거쳐 중국으로 가는 크루즈 상품을 만드는 것이 강원도의 기본 전략이다.
첫 단계로 강원도는 이달 말까지 16만톤급 선박이 입항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보강한다. 해외 전문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속초항과 동해항의 개발방향을 설정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2020년까지 속초항에 22만톤급 크루즈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접안 시설을 확장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강원도는 “2018년 하반기 15만톤급 이상 퀀텀(Quantum)급 노선을 운영해 관광객 4000명 이상, 2020년까지 20만톤급 이상 오아시스(Oasis)급 크루즈 를 통해 6,000명 이상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원도는 올 들어 속초와 부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사카이미나토(境港) 노선을 운영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6월 이 노선을 여행한 유연준(42ㆍ강원 춘천시)씨는 “쾌적한 잠자리와 흥겨운 쇼 무대, 고급 음식이 함께하는 색다른 관광상품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크루즈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연말까지 24차례에 걸쳐 2만1,600명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를 활발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직접적인 관광 수입만 50억 원이 넘는다”는 게 강원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년에는 100회 이상 유치가 목표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에는 정박 크루즈(Floating Hotel) 두 척을 유치해 숙박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관건은 속초나 동해항이 크루즈 모항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관광객들이 잠깐 머물다 떠나는 곳이 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 5월말 일본인 1,100명을 태우고 속초항에 들어온 5만7,000톤급 크루즈의 경우 8시간만 머물고 부산으로 떠났다. 출입국과 환영행사 등을 제외하면 크루즈 관광객들의 실질적인 체류 시간은 불과 5~6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크루즈 모항이 되기 위해서는 타 지역과 차별화 된 관광코스와 출입국 절차 등 간소화를 주문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어떻게 안정적인 관광수요를 만들어 낼 지도 고민해야 한다. 사드문제로 아시아 최대 시장인 중국 관광객 유치가 여의치 않은 것도 사업 초기 리스크 요인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아시아 크루즈 시장이 급격히 확장돼 관련 업계와 함께 운항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평창에 이어 2년 간격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北京), 일본 도쿄(東京) 등 개최지를 활용한 노선 다변화는 물론 터미널, 항만확장 등 기반조성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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