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치슨 라인(Acheson Line)’은 1950년 1월 딘 애치슨 당시 국무장관이 발표한 전후 미국의 극동방위선이다. 적은 이제 파시스트나 군국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였다. 소련ㆍ중국 등 공산주의 확산에 맞서 미국이 방위를 보장하겠다는 경계선이기도 했다. 그런데 불명확한 이유로, 애치슨 라인은 북태평양 알류샨열도부터 일본,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이어 내려오면서도 대한민국과 대만은 제외했다. 일각에선 그게 결국 미국이 남한을 포기했다는 오판을 초래해 북한의 남침을 유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 물론 소련 붕괴 후 공개된 사료 등에 의하면 음모론적인 ‘남침유도설’보다는, 소련과 북한의 계획적 남침설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그럼에도 애치슨 라인이나, 애치슨 라인 발표 7개월 여 전 주한미군이 고문단 500명만 남기고 철수해버린 게 한반도에 위험한 ‘힘의 공백’을 초래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6ㆍ25 전쟁 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유지를 위해 부단히 애를 써 온 이유도 힘의 공백이 초래할 잠재적 위험 때문이었다.
▦ 사실 주한미군 문제는 우리의 애간장을 태우기 일쑤였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년 7월 괌에서 ‘닉슨독트린’을 발표했다. 베트남의 패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아시아에서의 군사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취지였다. 주한미군도 휴전 이래 1971년까지 유지돼 온 제7사단 2만명이 철수했고, 제2사단을 포함한 제1군단도 철수키로 결정됐다. 다급해진 정부가 부랴부랴 나서 힘들게 2사단 잔류를 이끌어 냈지만 1977년 취임한 지미 카터 대통령이 공약이라며 1982년까지 주한 미 지상군의 완전 철수를 추진해 우리 정부는 또 한 번 홍역을 치러야 했다.
▦ 지난 50여년간 그래 왔듯, 주한미군 주둔ㆍ감축ㆍ철수는 한미 양국의 현실적 이해에 따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요동칠 이슈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자주국방 여건이 갖춰지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정책적 시각이 달라진 게 사실이고, 미국 역시 정권의 성향과 안보전략에 따라 해외 파병정책을 끝없이 손질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는 것에 맞춰 미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새삼 거론되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런 흐름일 것이다. 그래도 주한미군 논란은 여전히 애치슨 라인 못지않게 우리에게 예민한 문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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