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작년1분기 정점 이후 급감
올해 2분기 10분의 1 수준 추락
꼬꼬면ㆍ짜왕 등 전철 밟을 듯
“소비자들 기본 라면맛 회귀 원인”
지난해 라면 시장을 석권했던 프리미엄 짬뽕 라면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이색 라면 맛에 호기심을 느낀 소비자들의 관심 덕에 한바탕 인기몰이를 하다 결국 무대 뒤로 사라진 이전 프리미엄 라면의 운명을 짬뽕 라면도 피하지 못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라면회사의 프리미엄 짬뽕라면 매출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판매된 짬뽕라면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0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4분기 57억2,000만원을 거쳐 올해 2분기 24억9,600만원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전체 라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35.5%에서 4.9%로 급감했다. 짬뽕라면의 선두주자인 오뚜기 진짬뽕 판매고도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6,800만여 개가 팔렸던 진짬뽕은 올해 1분기 2,000만개로 판매고가 70% 이상 줄어들었다.
라면 업계는 짬뽕라면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를 국내 소비자들의 ‘기본 라면맛 회귀 현상’에서 찾고 있다. 소비자들이 한때 이색 라면맛에 호기심을 보여 프리미엄 라면을 찾더라도 오래 가지 않아 다시 깔끔한 매운맛의 기본 라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2011년 하얀국물 돌풍을 일으켰던 팔도 ‘꼬꼬면’, 2015년 중화풍 프리미엄 라면 시장의 문을 열었던 농심 ‘짜왕’ 등도 출시 당시 반짝인기를 누렸으나 결국 판매대 앞자리를 신라면(농심)이나 진라면(오뚜기) 같은 기본맛 라면에 내줘야 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진짬뽕, 맛짬뽕(농심) 등도 차츰 인기가 꺾이면서 이전 프리미엄 라면이 걸었던 길을 그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짬뽕 라면의 인기가 이전 프리미엄 라면과는 달리 롱런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으나, 그 인기는 2년이 채 지속되지 못했다”며 “업계에서는 반짝인기를 끌다 판매대에서 사라지는 게 프리미엄 라면의 운명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가 오래 지속하지 못하면서 라면업체들도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프리미엄 라면 출시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2015년과 2016년 프리미엄 짜장ㆍ짬뽕 라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주요 라면회사들은 올해는 기존에 있던 라면을 재해석한 소규모 이색맛 라면을 내놓고 있다.
농심은 올해 상반기 볶음너구리, 드레싱누들, 카레라이스쌀면 등을 출시하고 볶거나 비벼먹는 별미 라면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양(불닭볶음면)과 팔도(초계비민면) 오뚜기(함흥비빔면) 등도 기존에 있던 볶음ㆍ비빔라면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맛을 추가한 제품을 출시하는 선에서 이색맛 라면 시장 공략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대형 프리미엄 라면과 다르게 전체 라면 시장 규모를 늘리는 데 한계를 보여 라면 제조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라면회사 관계자는 “짬뽕라면의 부진으로 올해 상반기 전체 라면시장 규모도 전년대비 5%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라면업체들이 프리미엄 라면의 인기 주기가 짧다고 기본맛 라면만 고수하고 있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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