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예비부부를 상대로 수 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웨딩플래너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약 150쌍의 예비부부로부터 결혼식 부대비용을 현금으로 선납하면 큰 폭의 할인을 해주겠다고 속인 뒤, 현금만 가로채고 잠적한 웨딩플래너 양모(35)씨를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웨딩업체에서 일하면서 당시 회사에 지불할 돈을 가로챈 혐의(횡령)으로 재판에 넘겨진 뒤 최근 법정구속 된 상태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에도 사기행각을 벌였단 얘기다.
피해자 대부분은 올해 초부터 한 대형 포털사이트 내 유명 결혼정보 카페에 양씨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사기 피해를 입었다. ‘현금 선납 시 스튜디오 촬영 및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를 할인해주겠다’는 홍보물에 100쌍이 넘는 예비부부로부터 각각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받아 챙겼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이들의 총 피해액은 2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양씨가 개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피해자의 항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예비신부 방모(28)씨는 “250만원 결혼식 부대비용을 입금한 뒤 (양씨와) 연락이 끊겼다”며 “커뮤니티 등에서 파악해 본 결과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초 200만원을 입금했다는 또 다른 피해자 정모(31)씨는 “원래 220만 원짜리 패키지 상품을 (선납하면) 200만원으로 할인해준다는 얘기에 속아 미리 완납했다”며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심경 뿐”이라며 망연자실했다.
이들은 “금전적 피해는 둘째고, 당장 예식 일정 등이 꼬이는 등 2차 피해가 크다”고 호소한다.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어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의 준말)’를 예약하는 데 드는 돈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제시한 양씨에게 맡겼는데, 되레 시간과 비용이 두 배 들게 생겼다는 하소연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비슷한 내용의 사건이 10건 넘게 접수된 상태”라며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 지 여부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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