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 2017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가장 황당한 놀람과 감동의 경계를 맛보았다.
대만은 그 동안 중국측의 방해로 국제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어렵사리 열게 되었다. 타이베이 공항과 도심 그리고 시내 곳곳에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축제 분위기로 차고 넘쳤지만 정작 개막식의 뚜껑을 여는 자리는 딴판이었다. 식전 화려한 공연이 펼쳐진 이후 A~Z순의 국가별 입장때 “C 국가” 차례의 순간, 입장해야 할 선수들이 들어오지 않고, 국기를 든 기수만이 입장하자 관중석은 크게 술렁거렸고, 이내 대회장은 싸늘한 얼음판으로 변모했다.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의 Matytsin 회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항의하고 본부석은 혼돈과 분주함으로 갈피를 잡지 못했다.
30여분 이상을 선수 없이 입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지면서 관중들은 어색함과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대회의 개최여부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정전사태, 테러, 중국의 반대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대 반전이 일어났다. 선수단이 국가와 선수간의 경계 없이 모두 하나 되어 경기장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눈가의 눈물과 더불어 가슴 뭉클함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 스포츠 감동을 만들기 위해 한 연출이라면 이보다 더 큰 감동은 없을 듯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선수들이 입장하지 못한 이유가 대만의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인들의 시위와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선수단의 입장을 방해하려 개막식 입구에 연막탄을 터트리면서 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141개국, 7,0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는데 중국은 단체 종목은 불참하고 개인 종목의 선수들만 파견하고 개막식은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기자회견을 통해 "올림픽의 정치화는 올림픽의 정신과 전 인민의 기대에도 모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보여준 중국의 행동은 최근 급속히 악화되어 가고 있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회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위치를 확립하려는 대만과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중국과의 긴장이 더욱 부각 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평창을 생각해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新) 베를린 선언’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을 계승하여 평창 올림픽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만들 것을 북한에 제안하였다.
하지만 제안과 행동은 별개다. 지난 무주 세계 태권도선수권 이후, 풀려갈 듯 말듯 한 남북 관계가 정부 주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민간 주도의 다양한 교류도 중요하다.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전 위원은 “스포츠는 본시 정치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정치적인 문제로 장애를 입기도 하고, 정치적인 문제가 스포츠라는 순수운동을 통해 해결되기도 한다” 고 말한 바 있다.
올림픽 성공개최의 준비과정은 수많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는 국가, 선수, 기업, 지역 주민, 환경단체, 조직위원회, 경기단체, 방송 및 언론기관, 소비자, 관광객 등으로 엮여 있다. 이들 이해관계자들의 비중은 제각각 다르지만 이해 상충을 최소화 시키는 것이 대회 개최의 성공적인 조건이다. 이를 위해 스포츠라는 순수성의 테마를 가진 콘텐츠를 활용 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베를린 선언’ 내용처럼 상호간의 경쟁과 교류를 통해 만들어 가는 스포츠의 위대한 힘을 세계 평화를 더욱 강건히 하는 지렛대로 삼았으면 한다.
타이베이=김도균 교수(경희대 체육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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