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약정할인 확대, 신규에 그쳐
보편요금제 출시도 장담 어려워
대통령의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월 기본료 1만1,000원 폐지에서 후퇴한 데 이어 그나마 많은 가입자가 혜택을 받는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상향도 신규 가입자 적용으로 범위가 축소됐다. 애초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부작용이 클 거라는 우려에도 정책을 밀어붙였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명분도 실리도 살리지 못한 채 통신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는 처지가 됐다.
20일까지 추진된 통신비 인하 공약은 수혜 대상이나 절감 금액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통신비 인하의 핵심이었던 기본료 1만1,000원이 폐지되면 이동통신 3사 가입자 약 5,000만명이 혜택을 보게 돼 연간 절감 금액은 6조6,000억원에 이르지만 이통사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절충안으로 내놓은 통신비 절감 대책 중 수혜자가 1,900만명으로 가장 많은 선택약정할인율 기존 20%에서 25%로 상향도 신규에 그쳐 반쪽짜리 대책에 그쳤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다음달 15일부터 신규 가입자 25% 할인 시행을 위해 지난 18일 이통사에 행정처분 통지서를 보냈지만 이마저도 이통 3사가 반발하고 있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번 주에 면밀히 검토해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비 절감 대책의 첫걸음인 선택약정할인제도부터 삐걱거리고 있어 현재 3만원대 요금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2만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편 요금제 출시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보편 요금제를 강제할 계획이지만 선택약정할인 관련 소송전이 시작될 경우 예정대로 출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 1위 사업자가 보편 요금제를 도입하면 자연히 2, 3위도 따라올 것이란 정부의 판단에도 안이한 예측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난맥은 과기정통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일정을 고려치 않고 지난 18일 일방적으로 유영민 장관과의 회동을 요청했지만 불발돼 체면을 구겼다. 유 장관은 지난 16일 “(선택약정할인율 적용 대상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원안대로 간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딴판이었다. 지난 18일 신규 가입자에게 일단 적용하겠다고 사실상 공약 후퇴를 밝힌 과기정통부 양환정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소급적용은 장관의 정책적 의지였다”고 해명했다.
녹색소비자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신규 가입자만 25% 할인은 전 국민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에 위배된다”며 21일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과기정통부를 비판할 예정이다. 전방위적 압박에 처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아직 시간이 있어 계속 이통사와 협의하겠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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