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서 온 18세 남성 거리서
10명 사상… 경찰, 테러에 무게
러시아서도 괴한이 흉기 휘둘러
스페인 희생자들 신원 드러나며
자녀 지키고 숨진 사연 ‘눈시울’
스페인 연쇄 테러에 이어 테러 청정 지역이던 핀란드에서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발생, 테러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핀란드 남부에 위치한 투르쿠 도심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일어나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목격자인 로라 레인은 “젊은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처음에는 누가 장난을 치는 걸로 알았다”며 “하지만 이내 칼을 든 남성이 보였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건 초기만 해도 단순 살인 사건일 수 있다는 언급이 나왔지만 핀란드 당국은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바르셀로나에서 일어난 차량 돌진 테러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이슬람국가(IS)와 연계돼 있는지도 조사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는 모로코 국적의 18세 남성으로, 지난해 핀란드로 건너와 망명 과정을 밟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테러로 최종 결론 나면 핀란드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이에 따라 유럽 내 테러 안전지대는 없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앞서 스페인에서도 2004년 이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테러가 지난 17일 발생해 충격을 줬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191명의 목숨을 앗아간 13년 전 마드리드 통근열차 폭탄 테러 이후 스페인 당국이 700명을 잡아 조사하고 보안 인력을 늘리는 등 테러 재발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새로운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라고 보도했다. 중동 전문가인 앤소니 코데스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테러리스트들이 공격 수단을 바꾸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가며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전세계에 퍼져 있는 극단주의자들을 단합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양국에서 발생한 테러로 모두 16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면서 핀란드와 스페인은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핀란드 당국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항과 기차역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고 거리에 경찰력을 확대 배치했고, 스페인 당국은 도주한 핵심 용의자 유네스 아부야쿱(22) 등을 추적하는 동시에 주요 관광지에 경비 병력을 대거 배치하는 조치 등을 취했다. 스페인 경찰은 이슬람 성직자(이맘)인 압벨바키 에스 사티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용의자들에게 극단적 폭력사상을 주입한 것으로 보고 그의 행방도 쫓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일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 수르구트에서도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행인 7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과 IS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IS는 스페인, 핀란드 사건뿐 아니라 러시아 흉기 난동의 배후에도 자신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 차량 테러 희생자들의 신원이 속속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테러로 숨진 이탈리아 남성이 자신을 희생해 어린 자녀를 구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탈리아 IT회사에서 일하는 브루노 굴로타(35)는 가족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참변을 당했다. 굴로타는 여섯 살 난 아들의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길을 걷다가 차량이 갑자기 다가오자 몸을 던져 아이를 보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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