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액션과 중화애국주의 결합
세계 호령하고픈 中의 야망 표출
중국인 환호… 관객 1억명 ‘대박’
“누가 뭐라든 나의 애국은 죄가 없다. 나는 중국인이다.”
중국 영화사상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전랑(戰狼ㆍ늑대 전사)2’의 감독 겸 주연배우인 우징(吳京)이 최근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영국 BBC가 지난 4일 중국 내 전랑2의 인기에 대해 “민족주의만 가득한 액션영화가 중국시장을 석권했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웨이보(微博)와 시나왕(新浪網) 등 사이버 공간에선 그의 발언에 수천개의 지지글이 이어졌다.
요즘 중국에선 어딜 가도 전랑2의 인기가 화제이다. 예매율은 80%를 훌쩍 넘어 2위와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상영관 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60%에 달한다. 개봉 12일만에 중국 영화사상 최초로 관객 1억명을 돌파했고, 개봉 2주만에 기존 최고 흥행작 ‘미인어’의 수익 34억위안(약 5,780억원)을 넘어서더니 개봉 23일째인 지난 18일에는 누적수입이 50억위안(약 8,500억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입 역대 100위 안에 진입한 유일한 중국어 영화 기록도 세웠다.
전랑2는 전직 특수부대원 렁펑(冷鋒)이 애인의 죽음을 계기로 아프리카 내전국가에 홀로 들어가 난민과 중국인들을 구출하는 내용의 단순한 오락영화이다. 영화 내내 베이징(北京)체육대학을 졸업하고 전국무술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우징의 화려한 액션이 펼쳐지고, 수많은 무기와 장비가 등장하는 실감나는 전투장면이 시선을 압도해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영화로도 손색이 없다. 베트남을 무대로 액션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일당백의 영웅으로 나오는 ‘람보’의 중국판 버전에 가깝다.
사실 전랑2의 흥행 대박은 시종일관 중화민족주의와 애국심에 호소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영웅주의 영화이지만 곳곳에 중국인의 자존심을 부추기고 중국의 시각에서 서방의 패권주의와 가치관을 반박하는 장치들이 포진해 있다. 중국 군함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무력 개입을 자제하는 건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조롱이고, 렁펑이 오성홍기를 치켜들자 반군들이 사격을 멈추는 장면에는 전 세계를 호령하고픈 중국인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이 영화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래 청사진으로 내건 중국몽(中國夢)을 시종일관 자극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정치적이기도 하다. 중국인 슈퍼 히어로를 앞세운 이 영화는 중국의 부강함과 영향력, 중국식 가치관이 결국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는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8월1일)을 목전에 두고 개봉했고, 신형무기가 총동원된 전투장면은 군사굴기(堀起ㆍ우뚝 섬)를 연상시킨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중국 여권과 함께 “해외 어디에서 어떤 위험에 처하든 당신 뒤에 강대한 조국이 있음을 기억하라”는 자막이 흐른다. “중국을 범하는 자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반드시 소멸시킨다”는 선동적인 광고문구와 함께 중화애국주의의 결정판이다. 지난해 중국인 해외유학생의 귀국 비율은 83%로 10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전랑2에는 중국몽을 향한 젊은 세대의 기대와 바람이 담겨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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