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각장애인에 눈 선물 VR기술 ‘릴루미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각장애인에 눈 선물 VR기술 ‘릴루미노’

입력
2017.08.20 15:23
0 0

삼성 사내벤처 C랩 ‘앱’ 개발

자사 스마트폰과 VR기기 이용

시각장애 1~6급 교정시력 향상

착용 땐 0.0~0.1서 0.8~0.9로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무료 다운

릴루미노 팀원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 글자를 뚜렷이 볼 수 있도록 돕는 릴루미노를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릴루미노 팀원들이 시각장애인들이 사물이나 글자를 뚜렷이 볼 수 있도록 돕는 릴루미노를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빛맹학교 교실에서 한 소녀가 시각장애인용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마치 모니터와 하나가 된 듯 얼굴을 화면에 밀착한 소녀에게 삼성전자 사내 벤처육성프로그램 C랩의 하나인 릴루미노(Relúmĭno) 팀원이 가상현실(VR) 기기 ‘기어VR’을 건넸다. 기어VR을 착용한 소녀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우와 대박, 너무 신기하다.”

잠시 뒤 조용히 교실에 들어온 어머니가 책상 맞은편에 앉았다. 릴루미노 팀원이 “앞에 누가 있는지 보여요?”라고 묻자 소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누군지 알 거 같아요. 엄만가.” 말없이 딸의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는 눈가를 훔쳤다.

이 장면은 연출된 게 아니다. 최근 개발이 끝난 시각장애인용 응용소프트웨어(앱) 릴루미노의 현장 테스트 촬영 영상 중 일부다. 라틴어에서 따온 “빛을 되돌려준다”는 팀 이름처럼 릴루미노는 1년간의 연구 끝에 10만원대 장비로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선물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삼성전자는 C랩 과제 중 하나로 릴루미노 팀이 개발한 시각장애인 VR기기 전용 앱 릴루미노를 VR업체 오큘러스가 운영하는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공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앱은 빛을 지각하지 못하는 '전맹'을 제외한 1~6급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7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아 기어VR로 실행하면 왜곡되거나 뿌옇게 보이던 사물을 보다 또렷하게 볼 수 있게 돕는다.

릴루미노는 시야가 왜곡된 부분의 이미지를 다른 영역으로 옮겨 보이게 하거나(왼쪽 사진)과 독서가 가능하도록 이미지를 변환한다. 삼성전자 제공
릴루미노는 시야가 왜곡된 부분의 이미지를 다른 영역으로 옮겨 보이게 하거나(왼쪽 사진)과 독서가 가능하도록 이미지를 변환한다. 삼성전자 제공

기어VR에 장착한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에 비친 이미지를 윤곽선 강조와 색 밝기 조정, 색 반전, 색상필터 기능 등으로 재조정하는 원리다. 섬 모양으로 일부 시야만 왜곡된 ‘암점’이나 시야가 줄어든 ‘터널시야’를 가진 이들을 위해 잘 보이는 영역으로 사물을 이동시키거나 독서에 편하도록 이미지를 변환하기도 한다. 중앙대 안과 문남주 교수팀이 올해 1~7월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는 최대 교정시력 0.0~0.1이 릴루미노 착용시 0.8~0.9로 향상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시각장애 2급인 한빛맹학교 김찬홍 교사는 “학생 8명의 테스트가 끝난 뒤 나도 궁금해서 써봤는데, 수백만원 짜리 고가 장비 부럽지 않게 잘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가 지난 18일 사전 브리핑에서 릴루미노 사용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시각장애를 가진 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가 지난 18일 사전 브리핑에서 릴루미노 사용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릴루미노 앱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돼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시각장애인들이 사용 가능하다. 영어 버전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쏟아진 전 세계적인 관심에 대한 화답이다.

릴루미노를 이끈 조정훈(44) 팀장은 “주로 즐거움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VR이 누군가에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2단계로 가볍고 작은 안경 형태 제품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12년 도입한 C랩의 과제 수행 기간은 최대 1년이지만 릴루미노에 대해서는 특별히 1년을 더 주기로 했다. 더욱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의 가치를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상무는 “릴루미노는 세계 2억4,000만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착한 기술’이라 후속 과제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릴루미노 조정훈 팀장이 지난 18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릴루미노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릴루미노 조정훈 팀장이 지난 18일 사전 브리핑을 통해 릴루미노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