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부담 줄여준다더니…고신용자들만 저금리 혜택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신용도가 비교적 낮은 대출고객에겐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교한 신용분석과 낮은 비용 구조로 금리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보험연구원은 20일 ‘인터넷전문은행 영업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시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높고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高)신용등급 고객 유치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중 은행 대비 낮은 대출금리를 내 세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실제로는 대출 상환을 잘할 것 같은 우량 고객들을 대한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보고서가 은행연합회의 금리 자료를 재구성한 주요 은행의 7월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금리 현황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신용등급이 최우량인 1~2등급에게 연 3.28%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신한은행의 연 3.50%보다 0.22%포인트 낮은 금리다. KB국민은행(연 4.47%)보다는 무려 1.19%포인트나 낮다.
그러나 대출고객들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3∼4등급에게 적용되는 케이뱅크의 대출금리는 연 4.90%로 KB국민은행(연 5.05%) 다음으로 높았다. 같은 등급 대출고객에게 가장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신한은행(연 3.52%)과 비교하면 1.38%포인트가 높은 수치다. KEB하나은행(연 3.86%) NH농협은행(연 4.00%) 우리은행(연 4.17%) IBK기업은행(연 4.46%) 등과 비교해도 꽤 높은 금리다. 5∼6등급인 고객에게 적용되는 케이뱅크의 대출금리도 연 6.49%로 IBK기업은행(연 6.84%) 다음으로 높았다.
특히 7~8등급의 저신용자들에 대한 금리는 케이뱅크가 연 9.17%에 달했다. KB국민과 KEB하나의 연 9.67%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신한(연 6.54%) NH농협(연 7.01%) 우리(연 8.53%), IBK기업(연 8.87%) 등 다른 시중은행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9~10등급에 대한 대출은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낮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
지난달 27일 영업을 시작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는 등급별 대출 금리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케이뱅크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신용등급별 차등금리 적용은 은행 영업의 기본”이라며 “구체적 기준은 내달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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