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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업] '여자예능' 어디까지 봤니?

입력
2017.08.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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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MC 6인으로 꾸려진, 케이블채널 온스타일 토크쇼 ‘뜨거운 사이다’가 화제다. 유행하는 리얼리티 방식을 띠지도 않고 게스트를 중심으로 한 ‘농담 따먹기’식 방송도 아니다. 여자들로만 구성된 예능프로그램인데다 입담만으로 온전히 토크쇼를 진행한다. 여성혐오를 이야기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몰카’에 대해 고민도 한다. 깊이 있는 사회 문제를 고찰한다는 의미에서 JTBC 예능프로그램 ‘썰전’을 떠올리게 된다.

다채널 방송으로 수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지만, 유독 예능계만은 여자 출연자들에게 인색했다. 각 방송사가 가을 개편을 맞아 프로그램 편성을 앞두고 있지만, 여자를 전면으로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은 전무하다. ‘뜨거운 사이다’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즌2를 방영한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와 MBC에브리원 ‘비디오 스타’가 주목 받는 이유다. 가뭄에 콩 나듯 해온 여자 예능프로그램의 과거를 돌아봤다.

MBC '신 웃으면 복이 와요'의 '도루묵 여사’에서 이경실이 초대손님 현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면 캡쳐
MBC '신 웃으면 복이 와요'의 '도루묵 여사’에서 이경실이 초대손님 현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화면 캡쳐

'도루묵 여사'(1992)

개그우먼 이경실이 단독으로 MBC 코미디프로그램 '신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진행한 코너였다. '도루묵여사'는 오로지 입담만으로 10분 내외의 코너를 이끌어야 했기 때문에 상당한 개그 내공을 필요로 했다. 당시 이경실의 나이가 26세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다를 바 없이 여자 연예인에겐 인색했던 방송계에서 단독 코너를 맡은 것부터가 파격적인 일이었다.

초창기 '도루묵 여사'는 이경실의 '원맨쇼'라고 할 정도로 상황극을 만들어 연기를 펼쳤다. 그러다 가수나 배우 등 연예인들을 한 명씩 초대하는 '스탠딩 토크쇼' 형식으로 발전했다. 이경실은 초대손님이 가수이면 노래와 춤으로, 배우이면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2년여 간 장수 코너로 이름을 올린 건 순전히 이경실 자신의 공이었다. ‘신 웃으면 복이 와요’를 연출했던 김영희 전 MBC PD는 “이경실이 MBC 예능을 살렸다”고 할 정도였다.

이경실은 결국 '도루묵 여사'의 인기에 힘입어 1994년 'MBC 방송대상'에서 코미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1987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7년 만에 전성기를 이뤘다.

이영자(오른쪽)와 홍진경이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버스 안내양으로 변신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화면 캡쳐
이영자(오른쪽)와 홍진경이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버스 안내양으로 변신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화면 캡쳐

‘영자의 전성시대’(1994)

SBS 예능프로그램 '기쁜 우리 토요일'에서 이영자와 홍진경이 버스 안내양으로 변신한 코너였다. 버스로 꾸민 세트장에 안내양 복장을 하고 나타난 이영자와 홍진경은 그야말로 까칠한 MC였다.

두 사람은 매주 손님을 초대해 '스탠딩 토크쇼'를 진행하며 날카롭고 예민한 질문을 쏟아냈다. 강수지, 김원준, 코코의 이혜영과 윤현숙, 듀오 미스터 투 등 당대 톱스타들이 총출동해 진땀을 뺐다. 이영자는 이들에게 자신의 주특기인 '물결춤'을 추게 하거나 껌을 씹으면서 내뱉는 "안 계시면 오라이~"하는 멘트까지 따라 하게 했다.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MC였다.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와 '무릎팍도사'에서 ‘영자의 전성시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라디오스타'의 김구라나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은 정상급 스타들에게 노래와 춤을 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사생활을 들추는 예민한 질문도 서슴없이 했다.

이영자에 보조를 맞췄던 홍진경은 1993년 슈퍼엘리트모델 대회에서 베스트 포즈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데뷔한 신인이었다. 이영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영자의 전성시대'에 합류했다. 이후 두 사람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매처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KBS2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KBS 제공
KBS2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 KBS 제공

'여걸식스'(2005)

2000년대 들어 '집단 예능' 포맷이 유행하면서 생긴 프로그램이다. 이 코너의 원조는 '여걸파이브'(2004)다. 조혜련 이경실 정선희 강수정 옥주현이 출연한 '여걸파이브'를 1년 간 이끌었다. 끝말잇기나 노래 이어 부르기 등 다양한 형식을 도입한 '랩 배틀 빨리 말해' 게임이나 남자 연예인을 초대해 그림을 맞추는 '아름다운 만남' 등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다.

'여걸식스'는 '여걸파이브'에서 활약했던 조혜련 정선희 강수정을 고정으로 출연해 이혜영, 심은진, 홍수아가 1기를 담당했다. 이후 현영, 최여진, 이소연 전혜빈 등이 합류해 2년 간 장수했다. "우주선에서 외계인이 내려와 하는 말"로 시작하는 '디비디비딥'과 '잡아라 쥐돌이' 등을 유행시켰다.

그러다 '하이파이브'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다시 5명 체제로 변신했다. 조혜련 박경림 현영 채연 이정민이 마지막 멤버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걸식스'가 여자 중심의 예능이라 남자 출연자들은 보조 역할을 했다. 신정환 김종민 이승기 이정은 고정 게스트로 얼굴을 내밀어 주로 벌칙수행자로 등장해 웃음을 줬다.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MBC 제공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MBC 제공

'무한걸스'(2007)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벤치마킹 해 만들어졌다. 자그마치 6년 동안 장수하면서 여자예능의 교과서로 통한다.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무한걸스'는 송은이 신봉선 김현숙 김가연 안혜경 김빈우 6명이 리어카를 끄는 도전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다 한 달 뒤 정규방송으로 편성돼 '심마니 되다' '캠퍼스 가다' '차력도전' '해병대 가다' '원더걸스 되다' '공익광고 만들기' ‘치어리더 되기' '아나운서 도전' '비보이 도전' '가수되기 프로젝트' '타조 농장 체험' 등 다양한 도전을 펼쳤다.

특히 송은이는 '가수되기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곡 '상상'으로 MBC '쇼 음악중심' 무대에 올라 꿈을 이루기도 했다.

'무한걸스'는 6년간 시즌3까지 방영되면서 많은 멤버가 오고 나갔다. 모든 시즌에 출연한 여자 연예인은 없다. '무한걸스'하면 떠오르는 송은이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시즌1과 시즌3에 모습을 비쳤지만, 시즌2는 출연하지 않았다. 시즌2는 현영 김나영 정주리 솔비 안영미 김은정이 진행했다. 김숙은 2011년 시즌3에 합류한 늦깎이였지만 2년 간 '무한걸스'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 영웅호걸'는 노사연 신봉선 아이유 등 여자연예인들이 인기투표를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SBS 제공
SBS '일요일이 좋다- 영웅호걸'는 노사연 신봉선 아이유 등 여자연예인들이 인기투표를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SBS 제공

'영웅호걸'(2010)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의 한 코너로, 노사연을 중심으로 가희 나르샤 서인영 신봉선 아이유 유인나 이진 정가은 니콜 등 여자 연예인 12명이 대거 출연했다. 이들은 '인기검증 버라이어티'라는 주제에 걸맞게 서울시청역, 망상해수욕장, 화개장터, 용산역 등을 찾아가 현장 투표를 통해 순위를 공개했다. '잘 나가는 팀'과 '못 나가는 팀'으로 나눠 인기 순위를 매겼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아이유였다. 가수 데뷔 2년 차였던 아이유는 '영웅호걸'을 통해 인기를 얻으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당시 17세였던 그는 10대답지 않은 차분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영웅호걸'의 맏언니이자 대선배인 노사연과 막내 아이유가 보이는 의외의 '케미'는 프로그램의 볼거리였다.

마지막 회에선 18만 명이 참여한 대국민 인기투표를 벌였고, 그 결과 아이유가 1위로 선정되며 인기 스타의 자리를 굳혔다. 2위는 유인나, 3위는 걸그룹 티아라의 지연, 4위는 노사연, 5위는 나르샤 순이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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