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27 국민의당 전당대회 결과가 하반기 정국의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지지율 5% 안팎의 제2야당 대표를 뽑는 소소한 행사일 수도 있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전격 출마와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 가능성, 정동영 천정배 후보의 약진 여부로 화제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국민의당 전대 경쟁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정당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지난주 국민의당 전대 후보 등록이 마감되고 지금은 TV토론회와 유세가 진행되고 있죠.
봄 대선 야근말고(야근말고)= 네. 당초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천정배 의원에 안철수 전 대표가 합류한 데 이어 이언주 의원까지 뛰어들어 1강 2중 1약으로 재편된 상태죠.
야인시대(야인)= 호남 민심이 조금 심상치 않다고 하던데.
야근말고= 안 전 대표가 나오면 볼 것도 없이 끝나는 게 아니냐 하던 애초 전망과 달리 판세는 묘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당의 대선후보이자 창업자가 나왔는데 무슨 게임이 되겠냐는 여론만큼이나 "패배한 지 석 달밖에 안 돼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대선후보가 당 대표 출마가 웬말이냐"는 반대기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요.
달빛= 당원투표로 대표가 결정되기 때문에 호남이 주요 변수죠?
야근말고= 국민의당 당원은 24만명인데 호남이 전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여기에 호남 출신 수도권 출향민까지 합치면 전체 당원의 70% 가량이 호남 성향이라고 보죠.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에 반영되지 않는 이번 전대 특성상 호남 당원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요. 판세를 보면 안 전 대표가 그래도 다소 앞서고 있지만 그 뒤에 정 의원이 바짝 붙어 있고 천 의원이 아슬아슬 3위 정도. 이 의원은 순위권까진 아닌 것 같다는 평입니다. 당원 투표 총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4 vs 3 vs 2.5 vs 0.5’ 정도여서 결선투표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천 의원이 정 의원을 넘어 안 전 대표를 거의 따라 붙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아직 치열하게 선거전을 벌이는 중이라 전망이 엇갈리긴 하지만, 결국 전남 전북 중 어떤 곳이 더 투표에 적극성을 가지냐에 따라 2중이 1강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죠.
야인= 정치권에선 비난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고. 안 전 대표 출마로 국민의당 전대가 흥행(?)이 되긴 하는 거 같아요. 거기다 '논란의' 이언주 의원도 예상을 깨고 출마했고요.
야근말고= 무플보단 악플이라고, 그 측면에선 앞선 보수야당 전대보다는 더 관심을 끌고는 있습니다.
달빛= 안 전 대표가 앞세운 ‘극중주의’로 국민의당 내 개혁진보 쪽과 중도세력 간 이념 정책 논쟁이 벌어질 법한데요.
야근말고= 표면적으로 각 후보들은 자신들을 중도(안철수 이언주)와 개혁(천정배 정동영)으로 나누고 각자 기자회견도 진행했습니다. 문제는 대선 패배 후 당 수습 방안이나 혁신, 노선 경쟁이 아니라 안철수를 중심으로 두고 나머지 후보들이 비판을 이어가는, ‘안철수 때리기’로만 선거전이 흐른다는 겁니다.
달빛= 그런데 이언주 의원은 왜 느닷없이 출마를 한 건가요?
야근말고= 이 의원은 “원래부터 당 대표 후보를 생각해왔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본인은 ‘페이스메이커도 아니고 당을 위해 진짜 당 대표 되고 싶어 나왔다’고 하고 있지만 이 의원의 성격과 정치적 캐릭터를 잘 아는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 이런 와중에 안 전 대표의 내년 서울시장 출마설까지 나오면서 혼란이 더 가중되는 분위기입니다.
야인= 천 의원이 안 전 대표에게 내년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면서 초반에 공세를 펴던데 여러 포석이 있는 듯해요.
야근말고= 서울시장 출마 혹은 차출설은 안 전 대표 입장에선 제일 나오지 않았으면 했던 얘기입니다. 안 전 대표 측은 대선 직후 서울시장 후보군 여론조사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간 것에 항의하며 이름을 빼달라고 한 적도 있었죠. 대선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가는 하향 지원의 전례가 없는 데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대선 1년 후 다시 큰 선거를 치르는 것 자체에 부담이 많기도 했죠.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일단 당 대표 선거에서 결과부터 낸 뒤 지방선거 전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게 안 전 대표 측 입장입니다.
달빛=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 사이에서도 안 전 대표의 도전 가능성을 주목하는 분위기가 있죠?
구공탄= 민주당은 아직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을 제외한 후보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신경을 쓰는 눈치죠.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추미애 대표와 민병두 박영선 우상호 이인영 의원, 또 상황에 따라서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차출설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안 전 대표의 거취가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겠죠.
야인= 안 전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과 최소한 연대는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어요. 그가 연대에 관심을 내비쳤다는 설도 흘러나오고요. 그런데 그러기엔 여러 걸림돌이나 변수가 많기는 해요. 바른정당 내에서는 국민의당보다 자유한국당과 어서 빨리 합쳐야 한다고 보는 의원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구공탄= 여당 일각에서는 제보 증거 조작 사건 이후 날개 없이 추락한 국민의당이 제대로 된 반성과 고민 없이 당권과 자리에만 매몰되는 모습을 보면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도 당이 존립할 수 있을까 하는 얘기도 나옵니다.
야근말고=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 아무래도 바른정당과 연대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다만 그 연대가 당장 당 대 당 통합까지 가긴 어렵고, 일단 지방선거 전까지는 정책 연대, 지방선거에선 후보 연대를 해본 뒤 답을 내지 않겠냐는 겁니다. 물론 안 전 대표는 "벼랑 끝에 있는 사람에게 연애할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달빛= 국민의당 전대 결과에 따라 초가을 정국 향배도 어느 정도 드러나겠군요.
야근말고= 모든 당의 전대가 다 그렇지만, 국민의당의 이번 당 대표 선거는 여러모로 분열의 씨앗이 곳곳에 뿌려져 있다는 점에서 불안함이 눈에 선명히 들어옵니다. 누가 대표가 됐건, 그 동안 당내에서 쉬쉬하며 내재돼 있었던 친안 vs 호남의 분열이 공식화됐고, 안 전 대표의 리더십 자체에 균열도 많이 갔기 때문입니다. 모든 후보가 당내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선된 새 지도부가 공약을 실천해내지 못한다면 국민의당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지방선거를 맞이할 공산이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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