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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바르셀로나…관광객 향해 승합차 시속 100㎞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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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바르셀로나…관광객 향해 승합차 시속 100㎞ 돌진

입력
2017.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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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카탈루냐 광장 거리

“최대한 많은 사람 치려 했다”

8시간 후엔 동부에서 ‘2차 테러’

6명 부상...용의자 5명 사살돼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에서 차량 돌진 테러로 쓰러져 있는 한 부상자들을 경찰과 응급대원, 시민들이 돕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에서 차량 돌진 테러로 쓰러져 있는 한 부상자들을 경찰과 응급대원, 시민들이 돕고 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차량 돌진’ 테러 광풍이 결국 스페인까지 덮쳤다. 17일(현지시간) 제1의 관광도시 바르셀로나 등에서 연쇄 테러가 발생, 최소 14명이 사망하는 등 120명 안팎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에서 백인우월주의 지지자에 의한 샬러츠빌 폭력 사태(12일)에 이어 5일 만에 또다시 불특정 민간인들을 차량으로 들이받는 테러가 일어나 전 세계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ㆍ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쯤 바르셀로나 중심가인 카탈루냐 광장과 람블라스 거리를 잇는 지점에서 갑자기 2톤짜리 흰색 피아트 승합차가 인도에 있던 군중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도로를 걷던 보행자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하나 둘씩 쓰러지거나 차량을 피해서 달아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을 넘어 ‘생지옥’이 돼 버렸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들은 “시속 100㎞ 이상으로 빠르게 차를 몰아 온 운전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들이받는 게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차량이 군중을 치고 달리는 모습이 마치 옥수수밭을 질주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차량의 공격 의도를 뚜렷이 보여 주는 것은 ‘지그재그’ 형태로 내달렸다는 점이다. AP통신은 “범인은 이쪽 저쪽으로 차량을 움직이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바르셀로나 주민 조르디 라파라의 말을 전했다. 택시를 타고 람블라스 거리를 찾은 한 미국인 사업가도 “차가 왼쪽 오른쪽을 휘저으면서 전속력으로 달렸다”고 했다.

무차별적인 ‘죽음의 질주’를 500m가량 이어간 승합차는 가판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고, 운전자는 곧장 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그에 따른 피해 규모는 사망자 13명, 부상자 100여명이지만 이들 중 중상자도 15명 정도여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목격자들은 사망자 가운데 세 살짜리 유아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문제의 승합차는 렌터카 업체에서 대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8시간 후인 이튿날 새벽 1시쯤, 테러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바르셀로나에서 100㎞가량 떨어진 동부 해안도시 캄브릴스에서 똑같은 수법의 ‘2차 테러’가 발생했다. 아우디 승용차로 자행된 이 사건에서도 1명이 사망했고, 6명이 다쳤다. 현장에 있던 용의자 5명은 모두 경찰 작전 도중 또는 체포 직후 숨졌다. 이들은 ‘가짜(fake) 폭발물 벨트’를 착용 중인 상태였는데, 테러 이후 체포되면 신원이 드러날 위험이 있는 만큼 애초부터 현장에서 사살될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건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연쇄다발 공격으로 대혼란을 야기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스페인 당국의 시각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경찰은 바르셀로나 테러범들이 부탄가스통을 이용한 차량폭탄 공격을 시도한 정황을 확인했고, 이날 테러 2건이 전날 바르셀로나에서 남서부 200㎞ 떨어진 알카나르 지역의 주택에서 일어난 폭발사고와도 관련성이 있는지도 수사 중이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바르셀로나 테러 4시간 후인 이날 오후 9시쯤, 자신들이 배후였음을 공식 선언했다. 스페인 경찰 또한 테러 수법 등에 비춰 IS 연계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행방이 묘연한 바르셀로나 테러 차량 운전자의 신원과 관련, 스페인 경찰은 모로코 국적의 18세 무사 엘와크비르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체포된 용의자 4명 중 3명은 모로코, 나머지 1명은 스페인 국적이다. 모로코인 용의자 중 1명이자 무사의 형인 드리스 엘와크비르(28)는 “여권과 신분증을 도난 당했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스페인 당국은 사상자들의 국적이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등 최소 34개국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관광지인 바르셀로나에서 민간인을 목표로 한 ‘소프트 타깃’ 테러가 벌어진 탓이다.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 스페인 한국대사관은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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