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유명 대학병원 진료를 위해 길게는 몇 개월씩을 기다려야 하지만, 정작 진료는 무성의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끝나고 마는 ‘3분 진료’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15분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제1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달부터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심층진찰 수가 시범사업에는 국ㆍ공립병원 가운데선 서울대병원 등이 참여하고, 민간 병원도 희망하면 참여할 수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는 중증ㆍ희귀 질환자 또는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15분 정도를 들여 병력과 투약, 선행 검사 결과를 충분히 확인해 추가적인 검사 필요성 등을 결정하게 된다. 충실한 진료를 통해 환자 상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검사 남발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단, 진료 시간이 길어지면 병원이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심층진찰의 수가는 현행 상급종합병원 진찰료(1만8,490원)의 약 다섯 배인 9만3,000원으로 결정됐다. 환자 본인 부담률은 20~30%대로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1차 의료기관이 발급한 요양급여의뢰서(진료의료서)에 특이 사항이 적혀 있는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15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경증 환자까지 15분 진료로 몰릴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다.
복지부는 또 중증치매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90%로 높여주기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관련, 중증치매의 기준도 정했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처럼 질환 자체가 의료적 필요도가 크고 중증도가 높은 경우는 5년간 본인부담률 10%를 적용한다. ‘만발성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도가 다른 경우 기본 60일, 최대 120일 동안 본인부담률 10%가 적용된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지정ㆍ운영 시범사업 실시 ▦면역함암제인 키트루다ㆍ옵디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 안건도 의결됐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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