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8월 임시국회 안건을 논의하면서 특별감찰관 3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새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요청한 데 대해 국회가 뒤늦게 응답한 것이다.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3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임명한다. 대통령 친인척 등의 감찰을 수행하는 특별감찰관은 현재 1년 가까이 공석이다. 지난해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역린을 건드려 쫓겨난 뒤 조직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특별감찰관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친인척과 측근비리 근절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만든 기구다.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이 감찰 대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특별감찰관제를 망가뜨린 당사자는 바로 박 전 대통령이다. 이 감찰관이 제1호 사건으로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일가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자 그를 ‘국기문란사범’으로 몰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청와대에서 축출했다. 대통령 측근을 감시하라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선 정작 자신들이 표적이 되자 무력화한 것은 스스로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고, 운영할 자격이 없음을 인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전 정부가 만든 특별감찰관제를 폐지하지 않고 복원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특별감찰관이 법에 명시된 대로 제 역할을 했다면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특별감찰관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감찰 활동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법에 따라 정해진 특별감찰관의 감찰 기능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 수용함으로써 본인을 포함한 청와대의 투명성을 상시 유지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만간 특별감찰관제가 다시 가동되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특별감찰관이 제 기능을 하도록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감찰 대상자의 비위 행위를 조사할 뿐 압수수색, 계좌추적 같은 강제수사권이 없다. 출석과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강제할 수단이 없어 논란이 돼 왔다. 특별감찰관법에서 수석비서관 이상으로 정한 감찰 대상도 협소하다. 국정농단 사태나 그 이전의 ‘정윤회 문건’에서 거론된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특별감찰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기회에 특별감찰관제의 취지에 맞게 국회에서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특별감찰관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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