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누군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불을 끄지 않은 채 밖으로 던져 지상 주차장에 있던 차의 지붕을 그을려 100만원이 넘는 손해를 입힌 일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경우 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괴죄는 타인의 재산을 망가뜨렸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상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경찰은 현재 CCTV와 버려진 꽁초의 감식을 근거로 용의자를 찾는 중이다.
주차장에서 남의 차에 피해를 주고 나 몰라라 하는 이른바 ‘물적 피해 뺑소니’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문을 열다 옆에 주차된 차체를 긁는 ‘문콕’이다. 지난 2015년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밝힌 ‘주차장 사고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문콕 사고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문콕 피해로 인한 보험 처리 요청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주차장 면적은 그대론데 차 크기는 점점 커지는 것과 탑승자의 부주의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어느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는 지난 한 달 동안 100건이 넘는 문콕 피해 사례가 올라왔다. 대부분 가해자를 잡을 수 없어 도움을 호소하거나 넋두리를 늘어놓는 내용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문콕 방지 패드를 붙여보세요”, “이래서 주차장 너비를 넓혀야 한다”, “양심상의 문제”, “가능한 평행 주차”, “어쩔 수 없으니 마음을 비우는 게 최선”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떤 이는 사진 한 장과 함께 커다란 도어 가드 이용담을 게재해 화제가 됐다. 그는 평소 주차할 때 공간이 좁으면 트렁크에서 도어 가드를 꺼내 차에 부착한다고 밝혔다. 번거롭고 눈길을 끌긴 하지만 차에 흠집이 나서 속상한 것보다는 낫다고 글을 남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7일 이 모 씨는 새로 산 지 두 달 밖에 안 된 차를 건물 주차장에 세워놨는데, 누군가 앞바퀴 쪽 차체를 들이받고 도망갔다며 원통함을 털어놨다. 워낙 깊게 팬 탓에 조수석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주차장 CCTV와 블랙박스가 작동하지 않아 가해자를 찾을 수 없어 스스로 보험처리를 해야만 했다.
한편, 지난 6월 3일 운전 중 주·정차된 차에게 피해를 준 뒤 연락이나 배상 없이 현장을 떠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일부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다. 이를 근거로 물적 피해 뺑소니 적발 시엔 20만원 이하의 벌금(승용차는 12만원)이 매겨진다. 하지만 이는 도로에서만 유효한 ‘반쪽짜리’ 법률로 주차장에선 해당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충남 예산경찰서의 임경우 순경은 “차단기와 경비실 등이 마련된 아파트나 건물의 주차장은 도로교통법 상 도로에 해당되지 않아 물적 피해 뺑소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하며 해당 도로교통법 조항의 추가 개정을 강조했다. 현재 이 조항의 추가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의 누리꾼들은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블랙박스나 CCTV, 넓은 공간 등을 활용해 스스로 차를 지키는 수 밖에 없다며 의견을 달았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