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참의장 인사청문회서
文 대통령 발언 둘러싼 공방
정 후보자,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비핵화에 어긋나” 분명히 반대
정경두 합동참모의장 후보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에 대해 “북한이 치킨게임처럼 막다른 골목길로 달려가고 있는 부분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가 레드라인의 적절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면서 정 후보자는 중간에 끼여 기존 답변을 반복하며 진땀을 흘렸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레드라인은 위기상황을 최대한 억제시킬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런 것과 무관하게 항상 모든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답변에 가세하며 문 대통령을 향한 엄호사격에 나섰다. 우상호 의원은 “레드라인이 마치 전쟁도 불사하는 것처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김병기 의원은 “북한이 ICBM에 소형화 핵탄두를 장착할 시간이 우리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략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ICBM을 완성하고 핵탄두를 탑재하는 레드라인은 미국의 입장”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이미 레드라인을 넘었고, 구체적 언급은 자제하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종명 의원은 “문 대통령의 레드라인은 결국 북한 김정은이 목표로 하는 것을 다 보장하겠다는 의미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우리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며 “핵을 북한이 가지면 한반도가 이미 레드라인에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대북 선제타격과 관련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지만, 시행하려면 정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한반도 유사시 3일 이내에 공중 우세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한미군 전술핵무기 재배치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건 맞지 않다”며 “외교적ㆍ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정 후보자는 다만 미 전략무기의 추가 배치 필요성 질문에 “하나의 옵션으로 국방부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여지를 남겼다.
여야는 이날 청문회 직후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장 전자결재로 정 합참의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1994년 이양호 전 의장 이후 23년 만에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탄생했다. 합참의장 이ㆍ취임식은 20일 열린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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