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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정치적 세무조사 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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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정치적 세무조사 안 하겠다”

입력
2017.08.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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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TF 가동해

과거 논란 일던 세무조사 점검”

2008년 태광실업 염두에 둔 듯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앞으로는 정치적 목적의 세무 조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과거 정치적 탄압 등 논란이 일었던 세무조사 과정도 따져 보기로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발단이 됐던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을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이 모두 ‘탈정치화’와 ‘과거사 청산’을 선언하게 됐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17일 세종청사에서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주재하고 “민간위원 주도의 국세행정개혁TF를 구성하겠다”며 “이를 통해 과거 일부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국세행정개혁TF는 ‘세무조사 개선’과 ‘조세정의 실현’ 등 2개 분과로 운영된다. 세무조사 개선 분과에서는 그 동안 논란이 된 세무조사를 평가해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조세정의 실현 분과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안과 역외탈세 등 지능적ㆍ악의적 탈세 대응책 등을 강구한다.

국세청 안팎에선 이 같은 선언이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 재직 기간 이뤄진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적잖다. 당시 국세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전 회장의 태광실업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세무조사는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핵심 관계자가 한 전 청장에게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요청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4대 권력기관장 중 국정원장(원세훈) 빼고 셋 중 한 명만 남겨둔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나머지 셋 중) 누구 하나가 살아남기 위해 일을 벌였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청장에 임명됐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1년 더 재임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등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정치적 논란이 빚어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로 정권의 미움을 산 CJ그룹, 정권에 부정적 기사를 포털에 노출했다 미운털이 박힌 다음카카오에 대한 세무조사도 ‘기업 길들이기’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다.

한 청장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조세정의의 출발점은 우리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이라며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국민이 바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이번 조치는 같은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국내 정보 업무에서 손을 떼고 적폐청산TF를 만들어 과거사를 정리하려는 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문무일 검찰총장 역시 검찰의 과거사 관련 과오를 사과했고, 경찰 역시 인권 침해와 관련한 과거사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4대 권력기관의 이 같은 행보는 권력기관을 사유화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에도 동원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대기업ㆍ자산가의 편법 상속, 지능적 역외 탈세 등에 엄중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회삿돈 유출, 해외법인을 통한 소득 빼돌리기, 공익법인을 이용한 변칙거래 등이 집중 단속 대상이다. 또 총수 자녀 출자법인에 부당지원을 하거나 변칙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도 적극 차단하기로 했다. 병ㆍ의원 등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반면 일반 납세자들에 대해서는 신고ㆍ납부 문턱을 낮춰 세금업무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계획이다. 부가가치세ㆍ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신고서를 미리 채워주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현행 개인용 컴퓨터(PC) 중심의 홈택스 납부서비스를 전면 모바일화하기로 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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