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닭농장 운영 최순철씨
“자유롭게 돌아다니니 질병 없고
자연 속 흙목욕으로 진드기 제거
동물복지 정착되면 AI도 줄 것”
“지들(산란계)이 알아서 흙 목욕으로 벼룩, 진드기를 잡으니까 약을 쓸 필요가 없지요.”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서 산란계 농장인 ‘계용축산’을 운영하는 최순철(60)씨는 매일 오전 6시면 어김없이 닭들의 보금자리를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밤 사이 닭들이 잠은 잘 잤는지, 급수는 잘 됐는지를 챙겨본다. 낮에도 수시로 농장을 찾아 먹이는 잘 먹는지, 아픈 녀석은 없는지 등을 점검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농장 일에 매달리는 최씨지만, 그렇게 힘든 줄은 모른다. 바로 닭들이 스스로 잘 크고 있기 때문이다.
산란계 1만 3,000마리가 생활하는 최씨의 농장은 사방이 탁 트인 개방형이다. 2,740㎡ 규모의 계사에는 지붕과 비를 막는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계사 옆에만 들짐승 침입을 막고 닭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망을 쳤을 뿐이다. 계사 내부에는 계단식 횃대와 닭에게 물을 공급하는 급수대가 마련돼있다. 그 곳에서 닭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물을 마시고 몸에 흙을 끼얹으며 목욕을 즐긴다.
최씨는 “더우나 추우나 닭들은 냉·난방 장치 없이 자연상태에서 자란다”며 “자연 그대로 살다 보니 내성이 강해져 질병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전국 산란계 농가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자신의 농장이 자유로운 이유로 ‘흙 목욕’을 꼽았다. 산란계들이 편안한 상태에서 흙을 파서 몸에 끼얹으며 진드기 등을 털어내기 때문에 해충이 생길 틈이 없다는 것이다.
27년째 산란계를 키우고 있는 그는 “해충이나 질병이 생긴 적이 거의 없어 항생제는 물론 동물의약품을 써 본 적이 없다”며 “조류인플루엔자(AI)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내 산란계 농장에 동물복지 제도가 도입된 2012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최씨는 “좁은 공간에서 크는 닭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면역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AI와 같은 질병에 취약한 것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동물복지 농장에선 1㎡당 9마리 이하의 닭을 키우도록 서식 면적을 충분히 제공하고 닭이 휴식할 수 있는 홰도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닭의 생태적인 특징을 고려해 깔집을 깔아주는 등 주변 환경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최씨는 “닭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서식 환경을 제공해주면 건강한 알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동물복지 농장이 정착되면 연례행사로 발생하는 AI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양=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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