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입주 식음료업체 대표
매장 재선정 세차례 거듭 탈락
“주관적 점수로 고의로 떨어뜨려”
운영주체 측 “입찰 평가 공정
블랙리스트 주장은 사실 무근”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삼성동 코엑스몰(스타필드 코엑스몰)이 매장 입찰 결과를 두고 소란스럽다. 두 차례 리모델링으로 입점 업체를 물갈이하는 과정에서 코엑스몰을 떠나야 했던 상점 주인들이 “재계약 불가 명단(블랙리스트)을 만들어 몇몇 업체를 입찰에서 고의적으로 탈락시켰다”는 주장을 펴면서 운영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 급기야 입찰평가 참여 간부들이 경찰에 고소까지 당하면서 수사기관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2013년 9월부터 약 1년에 걸쳐 진행된 세 차례 신규 입점 매장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 입찰평가를 한 혐의(입찰방해)로 한국무역협회 임원 출신 박모(58)씨와 김모(58)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박씨는 당시 코엑스몰㈜ 대표로 입찰 과정 총책임자, 김씨는 입찰 심사위원이었다. 업체 선정에서 탈락한 유통업체 대표 이모(68)씨가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고소까지 한 데 따른 것이다.
양측 갈등은 코엑스몰 리모델링 계획이 확정된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만 해도 2002년부터 약 10년간 코엑스몰에서 식음료 프랜차이즈업체를 운영해 왔는데 입찰에서 세 차례나 탈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처럼 코엑스몰에서 장사를 하다 탈락한 곳은 6군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등 신규 업체에 자리를 내줘야 했던 이들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점수를 주는 항목을 만들어 일부 상인들에게 고의로 점수를 낮게 줬다”며 “코엑스몰 운영과 관련한 각종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몇몇을 일부로 떨어드리려고 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입찰금액이나 매출액 등 수치로 바로 확인이 되는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임차인 성격이나 코엑스몰 정책 반대 여부와 같은 평가 항목 등에서는 0점 또는 감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몇 달 전 입찰평가서 공개 여부를 놓고 벌인 재판에서 승소해 이런 내용이 담긴 평가서를 받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소문도 당시 파다했다”거나 “무역협회 관계자 가족이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밀어줬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하지만 코엑스몰을 운영하고 있는 WTC서울(WTC) 측 입장은 다르다. WTC 관계자는 “매장 운영에 손을 대지 않고 위탁 운영을 통해 수익을 챙겨 온 기존 탈락 업체보다는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을 세운 면은 있다”면서도 “입찰 평가는 매우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블랙리스트 등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 허위”라며 “지금은 이런 갈등을 없애기 위해 전문기업에 쇼핑몰 전체 운영을 맡긴 상태”라고 일축했다. 일부 상인들 주장은 업체 탈락에 따른 불만일 뿐이라는 얘기다.
경찰은 “양쪽 입장이 워낙 달라 현재로서는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 판단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일단 피고소인인 박씨와 김씨를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할 방침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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