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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월호 ‘유민 아빠’의 눈물

입력
2017.08.1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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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8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나왔다. 순교자 시복미사 집전을 위해 무개차를 타고 가던 교황이 갑자기 차에서 내려 세월호 희생자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의 손을 잡았다. 한 달 넘게 단식 중이던 유민 아빠는 교황의 위로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세월호를)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세월호 유가족을 따뜻하게 감싸 안은 교황의 모습에서 당시 많은 국민이 깊은 감동을 받았다.

▦ 46일간 진행된 단식에서 유민 아빠가 요구한 것은 오직 진상규명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세월호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단식은 비아냥과 손가락질의 대상이 됐다. 보상문제를 들먹이며 본질을 호도하거나 사생활을 캐고 사실을 왜곡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았다. 유민 아빠 단식 중단을 설득하다 열흘 동안 동조단식을 한 문재인 대통령도 비판에 시달렸다. 몇 년이 지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들의 단식에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도록 배후에서 지시한 사실이 특검 조사로 드러났다.

▦ 16일 문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과한 자리에서 유민 아빠는 3년 전 바로 이날 교황의 위로를 받으며 터뜨렸던 눈물을 다시 흘렸다. 유민 아빠는 “이렇게 (청와대에) 쉽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언제든지 원할 때에 찾아오라”는 박 전 대통령 말을 믿고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막혀 76일 동안 길거리에서 농성을 했던 세월호 유가족의 좌절과 고통이 떠올랐을 것이다.

▦ 문 대통령의 사과와 진실규명 약속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유가족의 한을 풀어 주고 아픔을 씻어 주려면 갈 길이 멀다.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2기 세월호 특조위 등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난항이 예상된다. 근본적 문제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히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치 엘리트들과 가진 자들의 부패와 탐욕과 거짓말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이 나라 전체 권력 시스템이 세월호 참사를 낳은 원인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정 원하는 건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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