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전보다 비거리가 더 는 것 같다.”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배상문(31ㆍ올댓스포츠)이 21개월 군 복무를 마치고 16일 전역했다.
배상문은 이날 강원 원주에서 전역한 뒤 부대 정문을 나서며 “골프가 너무 하고 싶었다. 필드에서 다시 우승 경쟁을 하는 순간을 꿈꿔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일과가 끝나면 주어지는 자유시간에는 빈 스윙과 체력 훈련으로 필드 복귀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배상문은 다음 달 14일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10월 5일 개막하는 세이프웨이 오픈부터 나선다. PGA투어는 군 복무를 수행하는 그를 위해 예외조항을 만들어 전역 후 투어카드를 보장했다.
21개월간의 긴 공백이 있었지만 얻은 것이 없진 않다. 그는 “부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재활운동을 병행해 허리 통증이 없어졌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스윙 스피드가 빨라져 입대 전보다 비거리가 더 나온다”며 웃어 보였다. 휴가를 나와서는 빠짐없이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했고 틈틈이 실전 라운드도 돌았다. 그는 “휴가 나와서 실전 라운드를 했을 때는 언더파 스코어도 적어내고 크게 실력이 떨어진 것 같진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신적인 부분도 크게 성장했다. 그는 “군 생활을 하면서 매 순간 인내를 배웠다”며 “투어 선수로 다시 활동하면서도 군에서 배운 인내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약 7개월 동안 휴일에 부대 인근 영서고등학교 골프부에 재능기부를 나선 경험도 그에게는 큰 자산이 됐다.
다만 그는 “잔디 위에서 치는 쇼트게임과 퍼트, 그리고 특히 벙커샷 등은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며 “이런 감각을 하루 빨리 끌어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자평 했다.
배상문은 이날 전역 후 점심만 먹고 곧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시간이 없다. 하루가 급하다”면서 “오늘부터 대회 때까지는 다른 일 할 겨를이 없을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복귀 이후 목표치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첫 대회부터 예전만큼 잘하기를 바란다면 욕심일 뿐”이라며 “투어 카드를 1년 유예해준 PGA투어의 배려에 보답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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