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영업손실 털려는 SK
온라인 유통 강화하는 롯데와
경영권 놓고 지분 줄다리기 중
매각 대금은 1조원 안팎 예상
성사만 되면 거래액 규모 16조원
1위인 이베이코리아 뛰어넘어
SK그룹이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지분을 롯데그룹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는 대규모 적자를 털고 롯데는 온라인 유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11번가가 롯데 품에 안기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지난해 롯데의 온라인 거래액은 8조원 수준으로 11번가(8조원 추산)와 합치면 16조원 규모라 1위 이베이코리아(G마켓ㆍ옥션 합산 14조원)를 뛰어넘게 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와 롯데는 11번가 제휴 및 매각을 두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이 11번가 사업 부문을 SK플래닛에서 분리한 다음 지분 50% 안팎을 넘기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재는 SK텔레콤이 SK플래닛의 지분 98.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매각 대금은 넘기는 지분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1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SK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롯데에서 사전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롯데는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 직접 경영을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SK도 경영권을 지키고 싶어해 지분 배분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라고 말했다.
애초 SK는 롯데와 신세계, 미니스톱 등에 합작사 설립 의사를 타진했으나 최근 롯데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일본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일본 사정에 정통한 롯데가 도움을 주면서 11번가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재계에는 SK가 11번가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SK플래닛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무려 3,651억원으로 모(母)회사인 SK텔레콤 실적에 큰 부담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G마켓과 옥션을 거느린 이베이코리아가 전체 오픈마켓 시장의 60% 이상을 점하고 있어서 앞으로 경쟁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SK는 중국 민영투자사인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로부터 약 1조3,000억원을 투자받아 11번가의 경쟁력 강화에 쏟으려 했지만, 이 계획이 사드 배치 등의 여파로 올 초 무산되면서 지분매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매각설이 확산하면서 내부 동요가 일자, 서성원 SK플래닛 사장은 지난 6월 임직원에게 서신을 보내 “성장을 위한 다양한 옵션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분사 후 매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SK텔레콤이 연간 약 4,500억원을 고정적으로 벌어다 주던 SK플래닛 광고 부문을 SM엔터테인먼트에 넘기기로 하면서 이제 남은 건 11번가 매각뿐이라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지난달 말에는 11번가 상반기 거래액이 2015년보다 52% 증가한 4조2,000억여원을 기록했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SK플래닛이 11번가 실적을 공개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매각 전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11번가 분리 후 SK플래닛에는 시럽(모바일 지갑 서비스)과 OK캐쉬백(포인트 서비스) 등만 남아, 이들 사업과 담당 인력은 사업 관련성이 높은 SK텔레콤과 자회사로 흩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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